학교토피아, 학교문화, 실천교사와 나

광주실천교사는 2019년 5월 31일 ‘실천교사 어셈블’이란 이름의 워크샵을 열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캡틴 아메리카가 한 대사인 ‘어벤져스 어셈블(Avengers Assemble : 어벤져스 모두 모여!)’을 패러디한 이름이다. 비장한 각오로 모인 어벤져스 마냥 사람들은 세가지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발제와 진행을 맡은 문정표 회장은 ‘교대, 사대에 왜 왔는가?’의 질문으로 워크샵을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설명했다. 가족이 원했고, 선생님이 추천했고,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이 교사가 되는 것이었음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이 질문은 곧 우리가 교직에 들어오면서 꿈꾸었던 학교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과연 우리가 마음속에 그렸던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1 학교토피아

학교토피아는 ‘학교’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이다. ‘이상적인 학교’. 누구나 이견이 없을 만큼의 그런 학교토피아는 존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교토피아는 없다. 토마스 무어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의 어원 자체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을 뜻하기 때문이다. 학교토피아라는 용어 자체가 우리의 만남 속에서 나온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학교토피아에 대한 논의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여겼다. 현재에 대한 불만족으로 사람들은 저마다 이상향을 꿈꾸고 거기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의 레트로토피아(retrotopia) 역시 그러했다. 레트로토피아 역시 과거를 유토피아로 삼는 현상을 뜻한다. “수능으로만 대학가던 시절이 좋았다.” “옛날에 교사생활 할 때가 좋았어.” 라는 말이 흔하게 나오는 현상이 발견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거는 결코 유토피아일 수 없다. 다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를 미화하고 있을 뿐이다. 유토피아란 말이 낙원이 없다는 걸 뜻했다면, 레트로토피아는 과거는 결코 유토피아가 될 수 없음을 뜻하는 건 아닐까?

그러한 의미에서 학교토피아 역시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재미있다. 이 주제로 토의하고 토론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쪼개 참석한 이들의 열정이 그 본보기이다. 이 곳을 향한 걸음은 무엇을 뜻하고 있을까? 진정 학교토피아가 아니어도 보다 좋은 학교가 되려면 교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발제자는 자율성이라(누군가에 의해 보장되는 자율성이 아닌, 쟁취하여 얻어낸 자율성)이라고 답했고, 참석한 이들 역시 저마다의 답변을 통해 학교토피아를 그렸다. 왜 교직으로 발걸음이 향했는지와 같은 질문처럼 말이다.

#2 학교문화

교사와 학교의 자율성에서 이어진 이 키워드에 대해 발제자의 소개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문화’란 용어가 정책적으로 등장한 것실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이 정책은 큰 환영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학교문화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각각의 입장에서 본 용어와 정책 방향성의 혼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발제자는 학교혁신의 시작기에 학교문화라는 용어가 각 정책에서 상용되다가 현재는 점차 학교문화라는 용어가 사라진다고 지적하고 문화의 힘에 기댄 추상적 용어 정의와 성과주의를 원인으로 들었다.

일시적이고 피상적으로 존재하는 ‘조직문화, 조직풍토, 학교풍토’ 등과 구별되는 학교문화의 자율성, 역사성, 내면화, 유기체적 속성 등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사람이 떠나도 우리학교의 특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 지속적인 변화가 가능할까? 등의 혁신교육을 시도하는 학교들에서 고민하는 많은 부분들이 이와 관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해도, 그 주축이었던 선생님들이 떠나면 혁신학교 달라지는 건 금방이에요.” 이것은 혁신학교의 노력이 학교문화로 자리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학교풍토의 변화에 그쳤음을 우리는 이해하였다.

그렇다면, 학교문화는 무엇인가? 대략 세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체제이론의 관점이다. 학교를 사회체제로 인식하고 학교의 공식적인 구조, 전략수립과 집행에 대한 학교조직문화로 보는 관점이다. 두 번째는 주관적인 관점인데, 각 학교의 특정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학교를 해석하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상징물들에 스며있는 의미들로의 학교문화를 뜻한다. 마지막은 비판적 관점이다. 주관적 관점과 유사하지만 사회구조, 행정가, 교사 학생문화 등 하위문화들 사이의 갈등과 학교외부 문화의 영향 등 문화정치학적 측면을 강조한다.

발제자는 학교문화에 대한 정의를 ‘학생, 교사, 관리자, 직원, 학부모등의 학교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체계, 신념체계로서 학교에서 구성원들이 일을 처리해나가고 삶을 영위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발제자는 자신의 학위논문을 인용하며 혁신지향적인 학교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성 5가지, [수업개선의 실천], [민주적 거버넌스의 실천], [협력적 교육목표의 수립], [성장중심의 성취관], [비공식문화]의 구성요인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수업을 개선하려 하며, 민주적 운영체제의 구축과 운영, 교육목표를 협력적으로 성장중심의 성취관을 바탕으로 수립하고 학교에 존재하는 비공식문화 역시 활용하는 학교는 혁신지향적인 학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비공식문화]에 흥미를 느꼈다. 실제로 교사들의 학교에서의 삶은 지침도 없으며 교과서도 없기 때문이다. 마치 학생들이 학교에서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라는 교과내용이나 매뉴얼이 없음에도 많은 문제들이 친구사이에서 생겨나는 것처럼, 교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학년을 어떻게 만나는지, 옆 반 선생님이 누가 되는지, 신규일 때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고 정보를 얻었는지와 같은 것들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게도 오늘의 워크샵 역시 그러한 비공식문화의 일환이다. 강제되지 않은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이 모임이 교사의 삶과 학교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었다.

#3 실천교사와 나

결국 우리 대화의 마지막은 워크샵의 마지막 키워드와 잘 어울렸다. 왜 나는 교사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것이 실천교육교사모임이었나? 또 전국모임으로 시작된 실천교사와 별개로 구성된 지역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실천교사에 대한 나의 기대와 바람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가가 핵심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이 논의는 훗날 실천교사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참여자들의 참가 후기를 인용하며 그 결과를 공유한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제게 이런 단체입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것, 활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누르는 좋아요 하나, 클릭 한번의 청원,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만족합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조금씩 우리 교육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컵밥으로 배를 채우고, 이야기로 생각을 채우고, 격려와 지지로 부족함을 채우고, 단체사진으로 함께 우리교육을 채울 수 있는 곳. 이곳은 실천교육교사모임입니다.(전**)

워크샵을 마치고 질문이 남았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학교에 오는가? 어떤 마음으로 학교를 나서는가? 수업이란 뭘까? 배움이란 뭘까? 푸념만, 문제만 늘어놓는 교사가 되고 있는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리하고 있는가? 나는 왜 실천교사에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는가?

같지만 다른 일, 비슷하지만 다른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교육’과 ‘실천’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가 좋습니다. 또 만나요 광주실천교사(박**).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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