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교장제도, 학교자치의 핵심

먼저 이 글을 쓰는 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가칭)교장제도혁신모임』에서 집행을 맡고 있고 실천교사 정책위원, 홍사당 집행위원, 전교조 조합원입니다.

이 글은 현재 『(가칭)교장제도혁신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용을 소개하여 실천교사 및 교원들이 교장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현재 교장제도의 문제점을 많은 분들이 느끼지만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할지 막막한 점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가칭)교장제도혁신모임 창립 이유

『교장제도혁신모임』은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홍사당, 교사노조연맹, 교육희망을여는공모교장협의회,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대표 및 회원이 개인자격으로 참여하여 만든 모임으로 교육혁신을 위해 현재의 교장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대한 단체입니다. 우리 단체는 각 단체들이 제시하는 발전된 교장제도들에서 공통점을 찾고, 그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현 승진교장제의 문제점

첫째, 임명 받은 학교장이 학교자치를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학교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지지하는 교장의 변혁적 지도성이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행정 중심 마인드로 성장한 교장이 통할권을 휘두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교사 주체가 학년이나 교과의 교육과정을 혁신하기 위해 변화하고자 하여도, 결정권이 없는 관계로 행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좌절되거나 소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교육전문성이 도외시 되거나 훼손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운영하는 전문성 높은 교사가 우대받고 승진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엄정한 승진전형을 유지한다는 명목 때문에 승진임용제의 타당성이 매우 낮아져 있습니다. 교육전문성은 측정하기 매우 까다로울 만큼 전문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연수 횟수 및 점수, 교사연구대회, 학위, 1정 점수, 근무평정, 가산점 등으로 측정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가르기 쉬운 행정능력 및 실적 위주로 평가하게 되면서 본질적인 교육전문성을 도외시 하게 됩니다. 애초에 학생을 교육하는 전문적인 직무능력을 측정하는데 마일리지 측정방법을 동원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습니다.

셋째, 승진 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공무원법으로 보장한 중임제는 승진 적체현상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승진 경쟁현상은 학교에서 민주적 교육과정 운영을 외면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학교 단위에서 근무평정 1등급을 받기 위하여 교무부장, 연구부장은 비판적 입장보다는 교장의 비민주적 판단을 방어하는 입장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교감도 예외가 될 수 없지요.

. 현 공모교장제도의 문제점

첫째, 공모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모제 교장은 4년 중임 연한에 포함하지 않은 허점을 이용하여 정년 연장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비교적 일찍 관리자가 된 교육전문직 출신이나 교장의 경우에 그들 사이에 서열을 매겨 공모할 대상학교를 자리 배분하는 모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둘째, 교장자격 미소지자가 지원할 수 있는 비율이 턱없이 낮습니다. 현재 공모형교장은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6 제2항에 따라 전체 신청한 자율학교 중 50%의 범위로 그 인원을 제한당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초빙형과 교장자격자 공모형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교사자격 공모교장은 매우 희소한 상황입니다.

. 미래 학교교육과 부조화

첫째, 혁신학교를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 관리자가 필요합니다. 혁신학교는 상향적, 민주적, 숙의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고 촉진할 수 있는 관리자가 필요합니다. 학교장은 교사에게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단위학교의 실제 행정업무를 수행하여 교사가 전문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일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혁신학교의 교장은 일반 학교장과는 다른 역량이 요구됩니다.

둘째, 교육자치와 호응할 수 있는 학교장이 필요합니다. 교육자치의 점진적 실현을 위해 국가교육회의(위원회)는 교장•교감 인사에 관한 규정 제정을 시도교육감에게 넘길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와 같이 완고한 국가단위 체제로는 엇박자가 예고됩니다. 선출보직제 및 공모제와 같이 유연한 교장제도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2. 개혁 방향

우리 모임에서 공통으로 주장하는 것으로는 내부선출보직제 시범 운영, 자율학교 공모교장 의무화, 공모 방법 자유결정, 이렇게 3가지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등을 고칠 필요가 분명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고쳐야 하지만, 일단 교육부가 대통령령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면에서 공모교장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내부선출보직제 시범 운영

내부선출보직제를 시범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에 근거하여 시범학교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실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학교라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과정과 관련한 적당한 방향 설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자치 운영”이라는 방향을 정하여 “학교자치 시범학교”라는 이름을 제안합니다. 자치학교의 핵심적인 사항들은 학교장의 내부 선출, 학교 구성원의 자치단체 활성화, 협치 구성 등을 목적 삼아 시범 운영할 수 있습니다. 교원 인사에 대한 사항을 다음과 같이 지정하여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원 인사)① 학교자치 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교장을 선출할 수 있다.② 교장 선출의 방법은 교육공무원임용령제12조5에 준하여 실시한다.

. 자율학교 공모 교장 의무화

내부형 공모교장 비율을 규정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6 제2항을 개정하여 100%로 바꾸는 것입니다. 사실 공모제교장을 도입하면서 교총과 보수세력의 반발로 말미암아 시행령이 누더기가 된 경향이 있습니다. 공모교장을 규정하는 법에서 교장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나누어 임용 규정을 정하느라 그렇게 된 것이지요. 따라서 간단하게 50%라는 말을 삭제하고 아래와 같이 간명하게 나타내면 됩니다. 참고로 “제1항 제2호”는 15년 이상 교육경력이 있는 자가 공모에 응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6 ② 제1항제2호 각 목의 학교 중 자율학교와 제1항제3호의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의 교장은 제1항제2호에 따른 자격을 갖춘 사람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고하여야 한다.

. 공모방법의 자유 결정

현재 초빙형 및 내부형A, 내부형B 중에서 어떤 공모형을 선택할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운위는 집행력을 갖지 않고, 많은 학교에서 교장 편으로 인정되는 교감, 교무부장, 연구부장 등이 교원위원에 포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공모제 여부 및 공모형 선정 등 중요 사안이 결정되는 비민주적 상황이 나타납니다.

초·중등교육법을 잘 살펴보면 학교운영위원회는 공모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32조(학교운영위원회 기능) 제1항 제7호는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3제8항에 따른 공모 교장의 공모 방법, 임용, 평가 등”이라고 적시되어 있어서, 학교운영위원회는 공모제 실시 여부라기보다는 공모 방법만을 의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에 공모 교장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학교구성원의 의사를 직접 묻는 투표를 진행하도록 다음과 같이 교육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야 합니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5(공모 교장 등의 임용․평가 등) ① 학교 또는 유치원의 장은 법 제29조의3 제2항에 따라 공모를 신청하며 지원자 중 선정을 위하여 교원, 학생, 학부모의 직접 선거를 거쳐야 한다.

3. 정리

『교장제도혁신모임』은 학교의 민주성을 회복하고 학교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근본적으로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공무원법 등 법률안을 고치는 것도 포함하여 전반적인 개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정부 안에서 개정하기 쉬운 시행령 및 규칙 등을 단계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2019년 8월 현재 일반학교를 대상으로 공모교장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8년이 되어가는 시점이 되었습니다만, 법안뿐만 아니라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에 굴복하여 난잡하게 법안과 시행령이 제정된 모습이 뚜렷합니다. 이에 우리 모임은 애초 공모교장제가 가진 뜻을 회복하고 승진교장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세 가지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과 교육기본법이 담고 있는 교육자치와 학교자치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승진교장제도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진보적 사고를 가진 교원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지를 해주어야 바뀔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선생님이 어느 곳에 있던, 어느 시기이던 학교의 민주성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장제도혁신모임』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설 진 성 (휘봉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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