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업무 정상화와 스웨덴 교육 (Storängsskolan)-스웨덴 Västerås(베스테로스)시 교육탐방 2부

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하는 사람은 세 명

우리가 방문한 학생 수 240명, 14학급의 초등학교인 ‘Storängsskolan’에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교장(rektor)과 부교장(Biträdande rektor), 행정 전담 교사(expeditionen) 세 명이었다. 이러한 관리·지원팀의 규모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이며, 초·중통합학교 여부에 따라 1명의 부교장이 추가되지만 대체적으로 5명 이내이다.

교장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학교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상급자로서의 관리가 아니라 교사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고 지원하는데 문제점이 없는지를 살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교육학, 인지 과학, 발달심리학 이론, 국가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사들의 연구나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이다. 학교장의 역할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연구부장이 주로 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교장은 학생 갈등 처리 전반을 담당하며 교장의 부재 시 교장의 역할을 대행한다. 주로 우리나라의 학교폭력업무 담당자의 역할과 유사하다. 이곳에서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갈등이 심한 경우도 있어서 부교장의 자리는 우리나라의 학교폭력업무 전담자처럼 꺼리는 분위기가 다소 있으며, 스트레스가 심해 병가를 내기도 한다.

행정 전담 교사는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교장과 부교장을 돕는 등 우리나라의 교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역할은 일반 교사 중 한 명이 수업을 맡지 않고 담당한다. 이것이 일종의 승진인지를 묻는 우리 팀원의 질문에 교사 Maria Zaar는 스웨덴 교사들은 행정 업무 담당 교사나 교장이 되는 것을 승진으로 보기보다는 다른 직종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torängsskolan’의 전경
행정업무 전담교사 Maria Zaar

공문 없는 학교

교사들이 행정 업무 문서를 작성하지 않고 교육과정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스웨덴에서 교장, 교감(부교장), 교무(행정 업무 담당 교사)의 역할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러한 방식의 관리·지원팀의 운영이 가능한 것은 학교가 가진 자율권과 교육청이 학교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OECD 국가 중 분권화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콤뮨(Kommun)이라는 290개의 지방정부(우리나라의 시·군과 유사) 중심의 의사결정을 통해 교육시스템이 운영된다. 국립교육청이 교육과정의 방향을 안내하면, 시 교육부서가 시 교육에 대한 전체적인 권한을 갖고 학교 운영을 지원한다. 그러면 학교는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해 학교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상시적인 공문 보고를 요구하지 않으며, 학교의 교육과정운영에 있어 학교 단위의 결정권이 매우 크다.

Västerås시의 경우 시 교육부서(우리로 치면 교육청)이 학교로부터 연 4회의 종합 보고서를 받는다. 스웨덴은 우리나라처럼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Västerås시(인구 약 15만)의 경우 시 행정 조직 아래 의무교육 담당 부서가 우리의 교육청처럼 존재하며, 그 산하에 초등 교육 담당 팀장 1명과 우리나라의 장학사라 할 수 있는 연구관 3명이 배치되어 초등학교에 대한 행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시 교육부서 담당자는 의무교육 시스템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러한 4회의 종합 보고서를 통한 관리·감독·지원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긴급 사안이나 긴급 조사의 경우 필요에 따라 교장단 협의를 통해 확인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렇게 단위 학교의 자율권은 크지만 교사들은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학교 간 교육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교사들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을 운영하며, 교내에서의 상시적인 협의는 물론, 교과나 학년별로 지역 내 교사 연구 모임을 통해서 좋은 교육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Västerås시 교육 초등교육 담당자들
2019년 스웨덴 국가수준 교육과정

어려움이 있는 학생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

스웨덴의 초중고교에서는 모든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지원한다는 취지의 ‘학생건강팀’을 운영한다. 이 팀은 순회 의사, 간호사, 정신분석가, 전문상담사, 특수교사, 진로진학 상담사로 구성되었으며, 팀의 관리 하에 학생의 어려움을 해결한다. 학교 전담 간호사는 학교에 상주하며 학생들 건강을 살피고 추가적인 진료가 필요한 학생이 있을 경우 따로 목록으로 정리해 두었다가 ‘순회 의사’가 방문할 때 진료를 받도록 한다. ‘순회 의사’는 한 분야의 전공의는 아니며 가정의학과 수준의 진료를 진행한다. 만약 학생이 전문의의 추가적인 진료를 받아야 할 경우에는 순회 의사가 소견서를 작성해 준다.

심리학자는 학생대상 심리검사를 통해 지능, 특수학교 입학 여부, 지적 장애 여부를 판별하며 학생의 학습에 대한 어려움이 단순한 학습 문제를 넘어서면 심리학적, 의학적 진단을 통해 대체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정기적인 치료를 돕는다. 또한 학생의 가정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경우 전문상담사가 지자체 사회부에 알리면 사회복지사가 문제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렇듯 학생이 느끼는 학습의 어려움이 교사의 기본적인 수업 방법으로 다룰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설 경우,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도 보건교사, 학교 상담사, 특수교사, 교사 등으로 구성된 지원팀 구성이 있지만 학생에 대한 진단 및 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하는 전문적 판단권한을 가진 스웨덴의 학생건강팀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나가며

우리가 참관한 스웨덴 Västerås시의 교육기관은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운영 모습을 보였으며, 학생들은 여러 문화의 배경을 갖고 있음에도 교육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었다. 또한 시 교육부서는 학교에 대하여 개별 사안의 점검이 아닌 종합적인 흐름을 확인하고 지원을 하고 있었으며, 학생의 학습 어려움을 전문적으로 지원 하는 팀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의미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는 전통적으로 자신이 타인보다 조금 나을지는 몰라도 자신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되기를 바라는 심리라고 할 수 있는 ‘얀테의 법칙(Jantelagen)’이라는 것이 있다. 이 때문일까? 스웨덴에서 만난 교사들은 교육적 책임감을 깊게 느끼고 전문적 협력 및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 강력한 중앙집권적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었지만 현재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 자치를 구현한 스웨덴 교육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교육의 자치 및 교원학습 공동체의 강조, 민주적인 학교 문화 만들기 및 학교 업무 정상화 추진, 다문화 및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천홍 (춘천 남산초등학교)
  • 이 글은 강원교육연구 제76호에 기고한 ‘스웨덴 교육 탐방: Västerås(베스테로스)시 사례’를 수정 편집한 것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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