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최수프:사상최대수업프로젝트

프로젝트 수업은 교과지식과 학생의 삶을 통합하여 ‘역량’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전국의 많은 교사들의 프로젝트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교과 내용을 학생들의 삶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와 연결 짓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또한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6가지 핵심역량을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목표로 제시함에 따라 프로젝트 수업은 대세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살아갈 그들의 미래는 누군가가 설계를 해주는가?’,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는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삶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협력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어떤 수업으로 길러 줄 수 있는가?’

자문자답의 결론으로 나는 ‘사상최대수업프로젝트(이하 사최수프)’라는 거대한 수업을 4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사최수프’는 (사)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구안한 ‘문제 해결 지향 프로젝트’학습으로서 KBS 방송에도 몇 차례 소개된 적이 있다.

2019년 예산중앙초등학교 6학년 1반에서 4개의 팀이 조직되었다. 서로가 공감하는 그리고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에 따라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팀을 구성하였다.

4월부터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브레인라이팅 활동을 했다. 실제 학교 곳곳을 돌아보며 관찰하고 점검했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를 다른 친구들도 겪고 있는지 인터뷰를 했다. 단순 불평인지 실제 문제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서로 묻고 대답하면서 점검을 했다. 급식실 내에 간단한 설문 조사지를 붙여 후배들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그 결과, 각 팀에서 찾은 문제는 ‘화장실 악취’, ‘좁은 책상’, ‘화장실 변기 물’, ‘변기 칸 안 휴지’ 였다. (아이들에게 화장실 문제는 심각했음!)

‘화장실 악취’ 팀의 사례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 이 문제에 공감하는 남학생 3명, 여학생 1명으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고 학기말에는 6명으로 늘어났다. 학생들은 ‘화장실 악취’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팀원들과 협력하여 맵의 형태로 ‘악취’의 원인을 분석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었고, 학생들은 ‘휴지통’에 버려진 ‘폐휴지’가 핵심 원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자신들의 가설(폐휴지가 화장실 악취의 근본 원인)을 확인하고자 학생들의 주도성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우선 ‘악취측정기’를 구해보려 노력했다. 구입을 해보고자 했으나 제품 검색 몇 분 만에 너무 비싼 기구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조언하였다. “공공기관에서 악취측정기를 대여해 볼 수 있을까?” 예산군내 보건소에 곧바로 전화를 시도하는 학생들. 예산군내에는 ‘악취측정기’가 없음을 알고 실망했으나 이내 충남도청 환경과에 전화를 걸었다.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섞인 답변을 받았으나 몇 분 후 충남도청에도 측정기가 없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심 실망스럽고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냄새를 맡아보겠다는 ‘비과학적(?)’ 검증 체제를 만든다. 직접 냄새를 맡아가며 휴지통에 차 있는 ‘폐휴지’의 양과 악취의 관계를 알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이 날부터 학생들은 틈틈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악취와 휴지통의 ‘폐휴지’관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 자료 검색을 하던 한 학생이 자료를 발견했다. 분뇨를 모으는 문화를 가진 우리 나라는 화장실에 휴지통을 놓아 사용했고, 이것이 악취의 큰 원인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도 교사로서 좀 더 확실한 근거 자료를 모으고 싶은 욕심에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교를 찾고 지도교수님들의 정보를 검색하여 학생들과 공유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자료 탐색은 진행되지 않았다.

직접 측정과 자료 탐색을 계속하던 학생들은 휴지통 속 ‘폐휴지’가 냄새의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해결을 위한 절차에 들어섰다. ‘이해관계자’맵 활동으로 이 문제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을 우선 파악해봤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매우 중요한 정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터넷 관련 조사를 하던 한 학생이 뜬금없이 교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학교 화장실은 공중 화장실이에요?”
“음.. 글쎄.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왠지 그럴 거 같긴 해. 왜?”

“기사가 있는데요. 공중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있으면 안 된대요. 법이 바뀌어서 공중화장실에 있는 휴지통을 다 빼내고, 휴지를 변기 안에 버리게 되었다는대요?”

이때부터 ‘악취’팀 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화장실이 ‘공중화장실’이 맞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인터넷 검색 방법은 ‘지식인’이다. 그러나 ‘지식인’에 학생들이 원하는 명확한 답변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초중등교육법’을 검색해 볼 것을 제안했다. 며칠 후, 교사로서 참으로 부끄럽지만 반가운 결과를 듣게 된다. 학생들이 관련 법안을 찾아낸 것이었다.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였다. 교사로서 도움을 주지 못해 참 난감한 상황이었으나, 덕분에 학생들은 매우 명확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학교’는 ‘공중화장실’이며, ‘공중화장실’의 대변기 칸막이 안에는 ‘휴지통’을 둘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작년에 연락을 주고받은 바 있는 ‘변호사’님께 재차 확인을 시도한다. 자신들이 검색한 법률 내용을 캡쳐하여 변호사님께 이메일을 보냈고, ‘학교 화장실’은 ‘공중 화장실’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세가 등등해진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동안에 했던 모든 자료를 수합하여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학교화장실’의 ‘휴지통’을 없애야 함을 당당하게 주장하였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쓰레기통을 갑자기 치우면 바닥이 더러워 질 수 있으니 학생들이 변기 안에 휴지를 버리는 습관이 형성되면 그때 휴지통을 빼자고 제안을 했다.

악취팀 학생들은 ‘학생자치회’ 담당인 나에게 ‘전교학생회’를 소집해 줄 것을 요구했고, 각 학급임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전달했다.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알림판을 만들어 51개의 우리 학교 변기실 칸 안에 게시해두었다. 더불어 휴지통 상황 관찰을 위해 청소 도우미 아주머니께 휴지통을 비우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해둔 상황이다. 그렇게 1학기가 끝났고, 현재 방학을 맞이했다.

위의 모든 과정은 나의 설계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실제 삶 속 문제를 찾았고, 원인을 파악했으며, 그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우여곡절을 있는 그대로 겪고 있다. 즉, 삶에서 일어나는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온전한 주도성을 쥔 채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다른 세 팀 역시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어렵게 자신들의 삶을 대면하고 있다.

교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각기 다른 팀별 활동이 진행되다 보니 정규 교과 교육과정 내에서 활동을 소화할 수가 없다. 최대한 많은 창체 시간을 프로젝트 활동에 부여했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준비물 등을 최대한 제공해주었다. 길을 잃거나 포기하려고 할 때 적절히 개입하여 프로젝트 활동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안내자, 조력자로서의 교사 역할을 강조하는 요즘이지만 학생들의 그릇된 판단과 더딘 진행 상황을 보면 마냥 참을 수 없는 게 교사의 마음이다. 하지만 사최수프를 진행할 때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믿음과 기다림이었다. 엇나가보면서 실패를 반복하면서 주도적으로 판단하는 일. 더 나아가 자신의 판단을 반성한 후 다시 도전해보는 일. 이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이 학생들을 성장하게 한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사최수프’는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사 주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재구성된 프로젝트 수업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 위해서 교사는 교육적 의미를 가지는 주제를 찾고, 그 주제에 적합한 활동을 디자인하며, 해당 활동을 각 교과 수업에서 진행하기 위해 교육과정 진도를 재구성 한다. 꼼꼼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교육과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이 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다. ‘사최수프’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이 주도성을 발휘한다. 문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내며, 문제의 핵심 원인을 파악하고, 정의 내리는 과정은 물론 해결 단계까지 모두 학생들이 진행한다. 교사는 질문자,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할 뿐 학생들이 ‘주도성’을 빼앗는 지시, 감독 등의 행위는 하지 않는다.

어쩌면 무질서하고 무모한 수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수업은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기엔 ‘어려움’이 많고, 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 때부터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초-기본 교육’을 내세우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하지만, 초등학교에서 실제 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주도성을 부여해 주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실제 삶의 문제에 부딪혀 보는 경험, 마음껏 실패해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미래를 살아갈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학교 아닐까?

 
박성광 (예산중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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