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빛나, 아름다운 샛별!

 어제는 우리학교 모든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 댁에 모였다. 경남 양산에서 하려고 했던 1학기말 모임이 태풍으로 취소되었고, 거창이라는 좁은 지역 여건상 우리 교사들이 속 편하게 이야기할 장소가 그리 많지 않기에 교장 선생님의 제안으로 댁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모처럼 긴장을 풀고 교장선생님이 준비해 주시는 간식을 먹으며 새벽 1시까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헤어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지난번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액자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는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 것. 이것이 평화이다.’

학교의 진정한 관리자의 역할이 무엇인가가 논의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 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 우리 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샛별 5년차, 교육경력 8년차 교사의 관점에서 풀어가 보고자 한다.

샛별초등학교는 경남 거창이라는 시골에 자리한, 기독교 사립학교이다. ‘샛별’은 어두운 밤에 가장 먼저 뜨는 새벽별로, 어두운 시대를 밝힌다는 의미를 살려 이름 지어졌다. 실제 우리 학교 선배 교사들은 독재 정권과 잘못된 교육에 맞서 용감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한 영웅 같은 분들이셨다. 반장이 없는 학교, 상벌이 없는 학교, 살아있는 글쓰기, 내 생각 발표회 등은 그 당시 교육적 상황에서 밝은 뜻을 세우고 실천하신 일이었고, 이 색깔들은 지금까지도 우리 학교의 전통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샛별은 이렇게 홀로 밝게 떠 있는 외로운 별이었다.

나에게도 어두운 밤하늘에 샛별처럼 영웅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런 강대한 힘을 가진 한 사람이 나타나야만 이 세상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시대가 변하기 위해서 리더십 있는 사람이 나와 주길 기도했던 날이 있었다. 이 학교에 와서 담임교사로서 생활하면서 그런 내 생각이 많이 변했다. 샛별초등학교는 하나의 별이 아니라 아주 작고 희미한 별들이 모여 빛나는, 아름다운 별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내가 만약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은 주당 4시간 비폭력 대화로 수업을 맡아주시고, 합창지도와 학생 상담까지 해주신다, 교감선생님은 학폭, 정보, 학부모회, 여러 잡다한 행정 업무를 다 가져가셔서, 교사는 행정 업무에서 해방되어 오롯이 학급에만 집중할 수 있다.’ 라고만 소개한다면 우리가 가진 빛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한 게 되어버릴 것이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슈퍼 히어로같이 비춰진다면 우리는 참 슬플 것 같다.

우리 샛별은 함께 빛나, 아름다운 별이다. 함께 빛나기까지, 지금의 이 모습이 되기까지 우리 안에 많은 몸부림과 고민의 공유가 있었다. 많은 선배 교사들이 다양한 위기 속에서 함께 대화를 나눴고, 교육 철학을 공유했고, 올바른 샛별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는 샛별다울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셨다. 그리고 여러 다양한 혁신으로 우리 학교를 바꿔 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는 관리자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고, 교사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 협의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는 지금의 샛별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주 1회 교무회의를 하는데, 돌아가며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고, 모든 사안에 대해 교사도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인사이동이 없는 사립의 교원으로 우리의 단점일 수 있는 특성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일이라 생각한다. 교사가 의사결정권의 주체가 된다 해도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의 경험과 교육적 식견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분들은 우리와 긴 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에게 인정받고 선택받은 우리 교사들의 대표자이다. 깊은 신뢰로 맺어진 ‘존중’이 밑바닥에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깔려 있다.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의 본질과 어떻게 하면 담임교사가 학급에 더 집중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다 보니, 교장 선생님은 자발적으로 우리 12학급에 가장 필요한 상담교사의 역할을 자처하셨고, 교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던 교사의 잡다한 행정 업무들을 다 처리해 주고 계신 것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실 선생님들이 흥미를 가지실만한 나의 경험과 깨달음을 나누자면, ‘행정 업무로부터 해방된 자유 교사의 삶이 결코 파라다이스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자가 과연 이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일까. 실천 교사 모임에서 주장하는 것에 반대하기 위해 후원회원으로 가장하여 잠입한 불순분자인가? (웃음) 아니다.

공립학교 교사로 학교폭력, 생활지도, 상담이라는 적지 않은 업무를 맡고 있을 때와, 행정 업무에서 해방된 지금을 비교해 보니, 학교를 위해 쏟는 시간은 더 늘어났을지언정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그만큼 담임교사로서 학급의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쏟는 데는 끝이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수업, 생활지도, 아이들의 내면 바라봐주기, 상담, 학부모님과의 관계 형성, 평가 등등 교육의 본질에 더 접근하고 노력할수록 끝이 없는 굴레 속에 헤매고 힘들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교사 임무의 막중함과 온힘을 다해도 끝이 없는 절망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다. 만약에 과도한 행정 업무, 교권의 추락, 등 힘든 상황에 있는 공립 교사가 지금보다 편해지는 장소가 파라다이스라면, 애석하게도 그런 곳은 이 세상에 없다. 우리 학교도 그런 의미에서 파라다이스는 절대 아니다.

상황과 맥락은 다를 수 있겠지만 수많은 교사가 그런 파라다이스와 같은 편안함보다는 교육적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을 소망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천교사모임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교장과 교감의 진정한 역할에 대한 고민 역시 교사들이 학교에서 더 편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거나, 실천교사모임이 인기를 얻기 위해 제안하신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교육적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며,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이뤄가는 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 학급의 교사로서 오직 학생들에게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그 세상이 얼마나 방대한지, 사람이 사람을 가르쳐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더 깊숙이 전해지는 고통과 진보된 절망의 신세계가 어떠한지를 경험하며, 마침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교사의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는 동지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혁신은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났던 골드러시와 같은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쫓아 변화를 위한 변화, 혁신을 위한 혁신, 너나 할 것 없이 보이지 않는 금광을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것이 혁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 모든 업무를 가져가고, 학생 상담을 하는 등 담임교사를 안아내는 일은 우리 안에 쌓여왔던 민주적인 학교 풍토 속에서 맺은 열매였고 우리가 교육 안에서 함께 빛나는 데 필요한 자연스러운 성장 단계였을 뿐이다. 우리가 고민하는 동안 점점 교육의 본질은 살아나고, 우리 상처받은 교사들은 우리보다 더 아픈 아이들을 넉넉히 안아내는 것,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샛별 정신이자 평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샛별의 성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이름처럼 우리 학교가 이 어두운 밤하늘 같은 세상에서 슈퍼 히어로 같이, 엘리트와 같이 빛나는 영웅적인 학교는 아니다. 실천교사모임 정재석 선생님과 안미영 선생님께서 교장 선생님을 인터뷰하기 위해 학교에 찾아주셨을 때, 잠깐 나의 교실을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지저분한 내 교실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교육에 우열이 어디 있을까, 비교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사립학교인 우리가 공립학교보다 더 부족한 점도 많다. 또 우리 학교만이 당면한 과제도 있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역할을 감당하고 계시듯, 우리 교사들은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보면 한숨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우리 공동체의 이 진보된 실천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발전시켜 갈 수 있는가.’ 우리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성장을 위해 꾸준히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고 즐겁다. ‘뭐, 같이 있는데 함께 고민하다가 보면 답이 나오겠지. 우리는 늘 그렇게 살아왔잖아.’ 함께 있다는 사실에, 내가 샛별 초등학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하다. 우리는 그렇게 멈추지 않고 함께 고민하며 전진하고 또 성장할 것이다. 이 시대에 열심히 노력하시는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어 참 영광이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 글을 쓸 기회를 주신 실천교사모임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안휘준 (샛별초등학교)

1 Response

  1. 안미영

    휘준샘 글 읽으니 감동이 밀려옵니다. ㅠㅠ 한낱 희미한 별빛에 불과한 우리들이지만, 한데 모여 아이들을 밝히고 세상을 밝힐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안미영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