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과 민주주의

2019년 시작과 함께 학교 공간 혁신 방안의 교육부 발표와 함께 교육 현장에서 공간 혁신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나와 페이스북 친구의 연을 맺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의 담벼락에 게시된 글과 사진에서도 공간 혁신에 대한 이야기, 사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학교 공간 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한 글도 눈에 띄고, 공간 혁신 워크숍, 연수, 설명회 등에 참석한 글과 사진, 학생들과의 공간 혁신 활동을 하는 사진도 예전에 비해 많이 게시되고 있다. 반면, 공간 혁신에 앞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데 신경 써야 한다는 내용, 이벤트성 사업에 그칠 거라는 우려 등 반론의 글들도 간혹 게시되곤 한다.

광주는 2018년 학생중심 학교 공간 재구성 사업으로 「아.智.트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기존의 공간 재구성을 위한 진행과정에 변화를 준 공간혁신 사업이었으며 초등학교 5교, 중학교 2교, 고등학교 3교를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학교 공간 혁신에 대해 시사할 만한 결과물을 거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교육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간혁신에 대한 소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실제 본고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견해들이 활발히 오고 감으로써 공간혁신 사업에 대한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학교 공간 혁신에 관해 자주 언급되는 2가지 내용이 있다.

먼저,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는 문장은 공간혁신의 당위성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문구라고들 하는데, 언어적 의미만으로도 공간혁신에 대한 설득력이 매우 뛰어난 좋은 명언임에 동의한다. 윈스턴 처칠은 1943년 10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영국 의회의사당 앞에서 의사당을 다시 지을 것을 약속하는 연설 과정에서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라며 공간이 가진 힘을 역설하였다.

또 하나의 장면은 1975년에 발간된 미셀 푸코의 역저 ‘감시와 처벌’에서 규율에 대한 언급하며 근대의 학교 제도는 감옥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라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 제도, 시스템 등 학교 자체가 감옥과 매우 흡사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푸코는 억압적인 구조로서의 학교가 가지고 있는 공간적 구조뿐만 아니라 학교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언급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

위의 두 장면을 다시 상기시키는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 속에 담긴 내재적 의미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의 2가지 사실에 대한 확인과정을 통해 처칠과 푸코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민주”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과연 공간과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을까?

논의의 폭을 좁혀 학교라는 공간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살펴보자. 푸코의 주장처럼 학교는 다양한 감시와 통제의 장치를 지니고 있다. 교문을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직사각형의 운동장, 집단 활동을 지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구령대, 일자형으로 구성된 복도와 교실의 구조, 행정시설들의 배치 구조, 교실로 들어서면 전면을 향한 학생 책상의 배치, 전면과 후면의 출입문, 칠판 중앙에 위치한 교탁 등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다양한 통제의 장치들로 가득 차 있다.(이외에도 시스템, 제도 등의 다양한 장치들이 존재하나 본 글에서는 공간에 한해 언급함)

최근 많은 학교들이 공간혁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의 비민주적인 장치들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지 않은 채 유행처럼 추진된다면 공간혁신에 미치지 못하는 환경개선 사업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는 선언적 구호를 넘어 학교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배움터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공간혁신 사업은 업무담당자가 주도하여 일부 학생들만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공간 하나를 바꾸는 일도 그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실제 학교 현장은 협의의 구조를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이러한 일들에 대한 논의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집을 짓는 건축주라면 나는 어떤 행위를 할 것인지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집을 짓기 위해 다양한 집들을 살펴보고 생각하고 가족들과 함께 짓고자 하는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집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이 공간혁신의 과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공간혁신 사업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에 건축교육전문가는 반드시 인사이트 투어를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는 공간에 대한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과정으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하는 많은 이들이 입을 열고 사고를 공유하게 된다.

2019년 학교공간 혁신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사용자 참여설계’의 도입이다. 관주도의 학교 시설 사업에서 벗어나 실제 학교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학교 건축을 비롯한 시설 구축의 방식은 소수 몇몇의 의견에 따라 추진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되었거나 일부의 의견 수렴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학교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공간이 조성되기까지 시간은 더 걸릴 수 있지만, 정말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을 구성해 보자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공간 주권을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이 만약 공간의 필요성이 절실하여 누군가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면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는 공간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의 글들의 내용은 공간 혁신의 필요성과 추진 방법의 일부에 대한 논의였다. 그럼, 이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2021년부터 신, 개축되는 학교들에 전면적으로 사용자 참여설계 방식이 적용된다. 대한민국 학교의 30%가 30년 이상된 건물이라고 한다. 지금은 공간 혁신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으나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느끼게 되는 업무의 강도는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교사로서의 보람, 희생을 강요하며 공간혁신을 추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학교 공간의 재구성에 있어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교 공간을 주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하고 그 결과가 공간혁신의 요소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고민에 대한 답이 나오길 바란다.

공간 혁신 사업이 가지고 있는 폐쇄성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아주 특별한 영역인 건축의 영역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정보에 대한 공유되어야 하며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 영역을 건축가, 교육시설 행정가에 공유되어야 한다. 공간혁신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이들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공유되어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이 생활하는 학교 공간을 되돌아 볼 것을 부탁드린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 얻게 된 직장이 다시 학교인 선생님이라는 직업군에 속한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은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다. 익숙함은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불합리함을 합리화로 포장한다. 익숙한 포장을 벗겨 공간을 되돌아보면 여러분 손으로 바꾸어야 할 많은 장치들이 보일 것이다. 이런 장치를 걷어내는 것이 바로 공간혁신의 출발점이다.

박성광 (광주광역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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