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수업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의하면

학교의 교장, 교감, 수석교사 그리고 교사는 학생을 교육할 의무가 있다. 또한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와 연구활동을 지원해야 하며, 교감은 교무를 관리하고,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교직원을 지도하고 감독해야 하는 의무도 더한다. 더하는 만큼 권한과 급여도 많아진다. 법적으로 따져보면 교장, 교감이 교사보다 더 바빠야 정상이다.

이 법에 의하면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이 주장하는 “수업하는 교장”도(에듀인뉴스 2019.6.12.) 혁신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법을 준수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 임무가 있는 교직원은 모두 매월 교직수당 25만원을 받고 있는데 당연히 교장도 포함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학생을 교육하지 않는 교장은 직무유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 수업 안하니까 살 것 같다는 우리나라의 교감, 교장들

몇 해 전까지만 해도(연합뉴스 2012.3.20.) 우리나라 직업만족도 1위에 줄곧 “교장”이 올랐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할 일이 없이 대접받는 직업”으로도 여겨진 적이 있었고, 현재에도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 교장들이 교사들과 갈등을 일으키곤 한다.

승진하여 시골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교감의 “수업 안하니까 삶이 여유로워 졌다”는 이야기.

“너도 빨리 승진해라, 수업 안하고 아이들 안보니까 살 것 같다”는 어떤 교장의 따뜻한 조언.

“나이들면 수업하는 것도 힘들고 학부모나 아이들도 나이든 교사를 싫어한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30대 교사들은 “나도 승진가산점을 모아 교장이 되어야 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래서 교장의 수업리더십이 발휘되는 학교는 아주 드물다. 교사들은 수업하지 않는 교장, 수업하기 싫어 승진한 교장의 지도와 조언을 신뢰하지 않는다.

비유적으로 병원에서는 원장님에게 진료와 수술을 받으려고 줄을 서지만,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장선생님의 수업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는 의문이다. (수업도 하시고 상담도 하시는 교장선생님에게는 당연히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 캐나다에서 온 원어민 영어교사에게 물어 보았다.

캐나다 교장은 무엇을 하는가. 캐나다 교장은 행정실무를 하고 문제학생을 상담한다. 캐나다 교장은 학교의 교육계획과 교육과정을 작성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을 기획 한다. 교사들은 학급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수업에 관한 사무와 가정통신문 보내기 정도의 일을 한다. 문제 학생 지도는 캐나다 교장의 주된 임무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깨어있는 교장만 하고 있는 일을 캐나다에서는 모든 교장들이 자신의 주된 일로 일로 하고 있는 것이다.

# 독일에서도 교장은 학교에서 가장 바쁜 사람

독일의 학교에서는 교장이 가장 바쁜 사람이다. 일정시수의 수업을 해야하고 행정실무 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에서 벗어나 쉬려고(!!) 교장이 되려는 사람도 없고 교장이라는 직위가 인기있는 자리도 아니다. 독일에서도 물론 교장이 되면 권한과 보수가 많아진다. 독일인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은 일을 더 많이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실천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교장은?

수업도 학생 상담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정실무도 모두 교사들에게 위임하고 업무포탈에서 클릭 결재만 하는 학교장들이 존재한다. 일부 교장들은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고 일괄결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교육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장의 임무인 통할이란 무엇인가, 교직원을 지도하고 감독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학생을 교육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모든 일들이 교사들에게 공문을 만들게 하고 교장은 싸인만 하면 끝나는 일인가.

외국의 사례를 소개할 때면 흔히 우리나라와 그 나라는 환경도 상황도 달라 우리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재정 교육감이 행정하고 수업하는 독일 교장의 사례를 보여주며 수업하는 교장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을 때 한국에서 교장이 수업을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고 이에 응하는 교장은 매우 소수였다. 그런데 현실성이 없다라고 말하는 진짜 이유는 “교장은 원래 직접 일하고 수업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교장이 권력을 이용해서 관행적으로 교사들에게 일을 떠넘기는 행태를 “통할권”이라 여기고 묵인해 주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 보자. 통할권은 교장의 의견이 아니라 법령에 의해 작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 우리나라에도 교장다운 교장이 있다.

사립특성화고이자 교감, 교장 선출보직제 학교인 산청 간디학교의 교감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주당 8시간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수업을 하는 특별한 철학을 물었다. 교감 선생님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무슨 철학이 필요한 거죠?”

# 우리나라 교장의 역할과 전문성은 무엇으로 보여주고 있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교장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바로잡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역할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수업하는 교장” 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교육법을 지키는 교장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학생을 교육하지 않는 자를 교장이라 할 수 있는가.

  정재석 (고창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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