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처리 담당교사

인접학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거기 ○○학교 학폭 책임교사이세요?”

“네, ○○학교 책임교사 ●●●이예요. 무슨일 때문에 전화하셨나요?”

“귀 소속 ### 학생이 ○○학교 학생을 폭행했습니다. 학교 폭력 대책 자치위원회를 학교 공동으로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심각한 학교 폭력 사안이 발생했다. 책임교사의 일이 시작된다. 잠시 후 시작해야 할 수업을 준비하던 중 전화를 받았다. 더 이상 수업준비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반 학생들의 얼굴이 눈에 밟힌다.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멘붕 상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을 조사해야 한다. 긴급한 사항이라 방과 후에 조사를 해야 할 지 지금 당장 조사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학부모에게도 알려야 한다.

수업에 집중 할 수가 없다.

신고접수대장 작성, 사안조사, 보호자에게 연락, 담임에게 연락하고 협조 구하기, 교장과 교감에게 사안 보고, 사안조사를 위한 전담기구 소집, 48시간 안에 사안조사 보고서 작성하여 교육청에 보고공문 발송, 구체적인 사안 조사 진행, 가해자/피해자/목격자 진술서, 사실 확인서, 보호자 확인서 등 작성,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 머리 속이 빙글 빙글 돈다.

학폭 사안이 발생하면 가해와 피해를 막론하고 학부모 간의 갈등도 시작된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위한 심의 위원회를 열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피해학생 측은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이 없다는 불만. 가해측은 아직 어린 학생에게 너무 과한 벌을 준다는 불만.

불만의 화살은 학교와 책임교사에게 향한다. 사안 처리의 절차를 제대로 진행했느냐, 사안 조사의 과정에서 학생의 인권 침해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를 비롯해서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어이없는 화풀이까지. 이 모든 불만이 민원 또는 소송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절차 진행에 실수가 있으면 학교와 책임교사는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압박을 받는다.

방과 후 학생과 면담은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진행된다. 면담을 하고 결과를 정리하여 각종 서류들을 작성하다보면 한 밤 중이 된다. 이런 작업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내일도 수업은 ….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되면 수업에는 신경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사안이 발생하여 문제 해결까지 최소 한 달 길면 수개월 동안 책임교사는 점심 식사를 거르는 일도 허다하고 화장실에 갈 시간도 부족하다.

자료 조사가 끝나면 학교폭력 심의 위원회 준비, 소집, 자료 송부, 위원회 개최, 결과 통보, 생활기록부 작성 등의 일이 계속된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하더라도 학교폭력 심의 위원회에서 내려진 조치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모두 만족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재심과 법적 분쟁이 시작되면 사안 해결의 기간은 한 학기가 지속될 때도 있고,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럴싸하게 보일지 몰라도 학생, 학부모, 교사를 고통에 빠뜨린 법이다.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학교가 경찰서인지 법원인지… 통탄할 일이다.

책임교사가 학교 폭력 사안 처리를 하는 동안 책임교사의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수업 뿐 만이 아니다. 상담과 생활교육 활동도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나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책임교사 경력이 올해 4년차 교사다. 심각성을 불문하고 학교폭력 사안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글쓴이 : 최우성 (대부중학교)

1 Response

  1. 익명

    저는 그래서 학교폭력사안 전담반을 교육청에서 별도로 운영하여 사안별 전문성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교사의 수업권도 존중되지 못하고 학교별일관성 없는 처리로 민원의 소지가 늘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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