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눈물(승진가산점 폐지와 교장공모제)

정재석 고창초등학교 교사

최근에 지인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교무부장이 자신의 승진 점수를 위해 연구학교 신청서에 동의해달라고 읍소한다는 것이었다. 교무부장뿐 아니라 교장도 연구학교 신청에 동의하라고 교사 한 명 한 명을 교장실로 불렀다고 한다. 지인 선생님은 승진 점수를 얻고 싶지도 않고, 연구학교를 신청하면 업무가 바빠져 수업이나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어 반대의 마음이지만 교무부장의 승진을 위해 동의해야 하나 고민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교무부장의 학교폭력예방점수를 위해 내 신청서류를 찢어준 적이 있다. 교무부장은 간절해 보였고, 나는 아직 젊기에 그 점수를 얻을 기회는 많다고 판단했다.

현행 마일리지승진제의 장점

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가산점은 농어촌 점수, 도서벽지 점수, 연구학교 점수, 개인연구 점수, 부장 점수다. 공통 점수인 마지막 관문 근무평정 점수는 통상적으로 승진 점수를 제출하는 5년 동안 3번의 1등 ‘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감 승진을 목전에 둔 교사가 교무부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도서벽지를 들어가기 위해 교사들이 여러 가지 이동 가산점을 모은다. 학생지도 실적을 위해 학생들을 대회에 내보내 상을 타도록 지도한다거나 교사 본인이 장관상이나 교육감상을 신청하기도 한다. 농어촌도 급지가 높은 곳에 근무해야 이동 가산점이 많이 붙기 때문에 그곳에서 근무하려고 노력한다.

마일리지승진제로 인해 TV에서 나온 학생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희생하는 섬마을 선생님이 되기도 힘들다. 분명한 것은 교사들이 힘들어 기피할 만한 농어촌이나 도서벽지에서 미래의 승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교사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승진 점수가 교사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는 방과후부장과 학교폭력 담당부장이다.

방과후부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행정 잡무 처리가 많기 때문이다. 교사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상담이다. 행정업무가 많아지면 아이들과 멀어진다. 그래서 억지로 맡는 경우도 있지만 방과후부장 점수가 승진 점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승진 점수가 필요한 교사는 신청하기도 한다.

학교폭력 담당부장도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행정업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자리다. 일부 학부모들은 소송도 불사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기피하지만 부장점수가 있어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승진 점수는 기피 업무인 방과후부장과 학교폭력 담당부장도 신청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 동기가 된다. 공통 점수에서 마지막 관문인 1등 ‘수’를 얻기 위해서는 교무부장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교장과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교무부장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승진제도의 장점은 승진예측 가능성에 있다. 자신이 어떤 점수가 모자라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 점수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승진을 위한 자신만의 인생 플랜을 짤 수 있는 것이다. 즉, 현행 마일리지승진제는 기피업무 배치와 기피업무 배정 그리고 승진예측 가능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마일리지승진제는 왜 바뀌어야 할까

우선,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위해서다. 승진을 앞둔 교무부장은 1등 ‘수’를 받아야 하므로 교장이 비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교감도 마찬가지다. 교감의 근평권을 교장이 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교육적 소신을 말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교감이 교장을 대신해서 학교의 악역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교장의 불합리한 지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것처럼 뒤집어쓰고 교사들과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부장이 아닌 일반 교사들도 다면평가가 있어서 교사들이 근평을 30%를 주지만 교감이 30%, 교장이 40%를 쥐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교감, 교장에게 자신의 교육 철학이 담긴 발언을 하기 매우 힘들다. 이렇듯 근평이라는 관점에서 학교라는 조직은 먹이 피라미드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실현되기 쉽지 않다. 권력의 크기가 교장-교감-교무부장-부장-교사 순이어서 교장과 교사의 권력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 그러다보니 학교에는 눈치 보는 문화가 만연한 것이다.

교사조직 자체가 비민주적인 구조인데 아이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을까. 교장승진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교장이라는 직위가 실무를 담당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장은 대부분 결재를 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외국에서는 행정 실무를 직접 담당하거나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 교장은 유독 실무를 담당하는 교장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교장의 인사 업무는 교감이 대신하고, 교감의 교무 관리는

교무부장이 대신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비보직 담임교사는 학생 수업과 생활지도와 상담을 하라’고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일리지승진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보장받기 위해서다. 외국의 교장 중에서 교장자격증을 받고 교장이 되는 경우는 없다. 교사자격증 하나와 일정 기간의 교육 경력만으로도 교장에 도전할 수 있다. 직업적 측면에서도 같은 교육 계열인 교수도 교수자격증 하나면 총장이 될 수 있다. 총장이 되지 못하는 교수들은 총장이 되지 않더라도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충실하게 연구하면서 교수직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는 승진 점수에 신경을 쓰다 보면 행정업무에 몰입하거나 점수를 따기 위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충실한 연구와 교수활동을 소홀히 할 수 있다.

교사들은 승진제로 인해서 많이 아프다. 승진하지 않는 교사는 승진하지 않는 교사대로 어렵고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는 승진하는 교사만의 애환이 있다. 승진을 한 교감도 나름 슬프다. 교장은 교장대로 교사들과 진정한 동료가 될 수 없어 외롭고 힘들다. 교원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 이러한 마일리지승진제도가 지속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마일리지승진제의 최대 장점인 기피업무 배정과 기피지역 근무 배치만 해결할 수 있는 승진제가 있다면 이제 바뀌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눈물을 닦아줄 새로운 승진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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