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권을 생각하며

권재원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근래 들어 교권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지난 몇 년간 교사 때리기 국민스포츠에 몰두하며, 교사를 믿을 수 없으니 내신이고 학종이고 집어치 우고 수능으로 한 줄 세우자고 입에 침을 튀기던 주요 언론이 갑자기 교권이 무너졌다며 목에 힘줄을 세웁니다.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이번 정부 들어 존재감이 공기에 가까웠던 한국교총이 교권의 수호천사라도 된 양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교육관료들도 웬일인지 적극적으로 호응합니다.

이제라도 교권에 관심을 가져주니 일단은 고맙다고 해주고 싶지만 뭔가 수상합니다. 이들이 언제 그렇게 교사에게 관심이 많았나요? 이들 이 언제 교사를 그렇게 존중했나요? 아니나 다를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니 얄팍한 저의가 보이네요. 그들의 교권 위기론은 한결같이 학생과 학부모를 그 반대편에 세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교권과 학생, 학부모의 권리를 제로섬 관계로 보는 것입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이니 참여민주주의니 하는 걸 강조하다 보니 교권 이 위축되었다.” 그러니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줄여라.”

그런데 말입니다. ‘학생인권’의 ‘인’자도 말하지 못하던 시절, 한 20년 전 쯤에는 교권이 시퍼렇게 살아 있었을까요? 원 천만에요. 그때나 지금이나 교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교권이 무너졌다는 외침은 마치 예전에는 많이 계시던 ‘스승’이 요즘은 사라졌다는 말처럼 공허한 거짓말 입니다. 그 옛날이 학생을 인격적으로 사랑하는 스승들의 시대가 아니라 ‘귀싸대기’와 ‘줄빳다’ 그리고 ‘촌지’의 시대였듯, 그 옛날은 교장이 교사 속치마 검사를 하고, 심지어 어떤 학교에서는 체벌까지 하던 그런 시대였던 겁니다. 게다가 독재 정권과 그 하수인인 교육관료의 촘촘한 간섭과 감시 아래 입도 벙긋 할 수 없었던 그런 시대였습니다.

학생인권이란 것도 없었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는 ‘치맛바람’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로 금기시되었습니다. 그때 교권이 있었나요? 천만에요. 교사의 ‘전문성’이 무참히 짓밟히고 아무 가치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교사의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저 군대의 명령처럼 ‘까라면 까’ 방식으로 쏟아져 내려오던 각종 정책사업과 보고양식, 숨 쉴 틈 없이 빽 빽하게 미리 짜여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여지 자체를 봉쇄한 교육과정, 어떠한 전문적인 근거 없이 단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학교를 뒤흔들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장, 이들이 교권침해의 당사자들 이었습니다. 이들은 교사를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다만 공교육 기계의 말단 직원으로 취급하였고, 교사의 자긍심과 자주성의 싹을 짓밟았습니 다. 교총은 바로 이들을 대변하던 단체입니다.

정치권도 한몫했습니다. 무슨 일만 생기면 무조건 교육을 탓하면서 그때그때마다 무슨무슨 교육진흥법이라는 특별법을 만들어 학교에 강요 했습니다. 교육과정 자체가 이미 여지없이 빽빽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대증적인 교육까지 억지로 실시하고, 대증적인 연수에 교사들 을 억지로 동원하지 않았던가요? 여기에 무슨 교권이 있었겠습니까? 학생 들 신체를 마음껏 지배하고 이를 빌미로 학부모 ‘삥’ 뜯는 게 교권인가요? 교권은 교육이 정치적인 압력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 오직 전문성 의 기준에 의해 자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헌법상의 권리입니다. 교 권이란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지, 교사를 무비판의 성역으로 옮 겨놓는 것이 아닙니다. 이때 교사에 대한 비판과 제재는 교육의 ‘전문성’ 을 기준으로 해야지, 다수의 압력, 정치권이나 교육관료의 압력이 되어 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하면 할수록 교장 이나 교육청이 교사의 수업에 간섭하고 부당한 제재를 가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교총이나 주요 언론의 주장과는 반대로 그동안 교권은 무너진 게 아니라 점점 신장되어 왔던 것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 학부모들이 악성 민원인으로 돌변하는 사태가 빈번 합니다. 하지만 그 원인 제공자 역시 정치권과 교육관료입니다. 정치권 과 교육관료가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말단 행정직원 취급을 하는데, 심지어는 무슨 서비스 종사자 취급을 하는데, 학부모가 어떻게 교사를 존중하고 교권을 존중하겠습니까? 따라서 교권침해의 주범은 정치권, 주요언론, 교육관료 바로 당신들입니다. 그런 주범들이 자기 잘못은 모른 척하고 굳이 따지면 모방범에 불과한 학생, 학부모에게 그 책임을 전가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교권 타령은 위선이며 기만입니다. 이들이 말하 는 교권은 혹시 교장권의 준말이 아닐지 살짝 의심해봅니다. 아니나 다 를까 이들은 학생회, 학부모회가 법제화되는 마당에 교사회의 법제회만 큼은 결사반대 하더군요.

이번 호에서는 교권 그리고 바람직한 교장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다 루어봅니다. 교권이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으로 자리 잡고, 교장이 교권 과 학생 인권의 책임자로 바로 서는 그날을 미리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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