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 대응

실천교사 교권보호팀 박종훈

박종훈 선생님이 실천교육교사모임 페이스북 그룹에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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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교폭력이나 사고가 발생해서 학생이 다친 경우, 학부모가 이를 문제삼아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절차, 법리, 대응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절차

통상 학부모는 학교에 구두로 문제를 제기하다가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식으로 대응을 강화합니다. 그러다가 학교안전공제회에서의 배상 대상이 아니거나, 또는 배상 금액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학교나 교사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으로까지 가게 됩니다.

이 경우 원고는 보통 당사자인 교사, 그리고 교사의 감독권한이 있는 교장, 나이가 학교의 관리책임이 있는 교육감(지방자치단체)을 피고로 지정하게 됩니다.

왜 교육감까지 피고로 묶는가하면, 기본적으로 교사나 교장과 같은 공무원 개인은 ‘고의(일부러)’나 ‘중과실(교사로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소속기관의 공무원이 ‘중과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과실(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경우)’이 인정되면 그로 인한 피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가 들어오면 자문변호사풀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는데, 안타까운 것은 이 변호사들이 개별 교사들까지 대리를 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감을 대리하는 변호사에게 별도로 수임료를 주고 맡기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죠. 더욱이 가끔 교육감을 피고로 하지 않은 경우는 아예 변호사 찾는 일부터 교사가 스스로 해야하니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변호사 보험’이 교사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합니다. 어서 빨리 교육행정이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

2. 법리

학교에서의 손해배상청구는 케이스가 너무 다양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상황에 딱 맞는 판례를 찾기보다는 기본적인 법리를 가지고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교사나 교장의 과실유무는 ‘예견가능성(사고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을 가지고 판단합니다. 즉,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얼마나 인지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판시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교장이나 교사는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를 지는데, 이러한 보호·감독의무는 교육법에 따라 학생들을 친권자 등 법정감독의무자에 대신하여 감독을 하여야 하는 의무로서 학교 내에서의 학생의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속하고, 교육활동의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또는 예측가능성(사고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교장이나 교사는 보호·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24318 판결)

말만 보면 너무 추상적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결국 위 판시 내용에 비추어 변호사도 교사 개인에게 과실이 있었는지 유무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설사 위 내용에 따라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무원 개인은 손배해상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공무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너무 가볍게 물게 되면, 공무원이 매번 손해배상책임이 두려워서 제대로 공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판례와 법에서 면책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상세하게 보면, 법적으로는 과실은 ‘경과실’과 ‘중과실’로 나뉘는데, ‘중과실’ 이 인정되어야만 공무원 개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과실의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무원이 직무상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바, 그 경우 공무원의 중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9833 판결)

공무원의 중과실은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과실 이상이 아니면 지방자치단체, 즉 교육감이 손해배상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교사 개인에게 구상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 대응

일단 교사분들은 학부모가 변호사를 선임한다고 하면 너무 불안해하시는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진행하게 되더라도 서면이 오고가고, 실제로 교사 개인이 법적으로 대응하기까지 여유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분하게 다음과 같이 대응하시면 됩니다.

가. 학부모가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나오면 일단 꼬투리를 잡히지 않도록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최대한 서면이나 문자로 학교의 정상적인 대응을 기록으로 남겨놓고, 통화를 하더라도 녹음을 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도발한다고 하더라도 친절하게 대응하되,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은 안 하시도록 조심해셔야 합니다. 특히 학부모가 흥분해서 책임지라고 하는 경우, 심정적으로는 동조하되 학교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하시고, 애매한 경우 교육청에 문의하겠다라고 하시면서 즉답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나. 그 사이 법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각 교육청별로 교사들을 도와주기 위한 변호사들이 있을 것입니다. 소송 지원은 해주지 않더라도, 상담 정도는 모두 해줄테니 케이스를 알려주시면서 법적인 조언을 구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니면 각 교원단체의 상담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다. 소송이 정식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피고 중 교육감이 있다면 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을 대리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게 됩니다. 그러면 교육청에 문의해서 그 변호사에게 부탁해서 교사 개인 대리도 맡게 하는 것이 편합니다(학교에는 소송담당자를 정해서 변호사에게 줄 의견서 등을 제출하라고 공문이 별도로 올 것입니다). 어차피 한 사건이니 변호사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맡아줄 수도 있습니다. 소송을 이기게 되면, 소송비용 중 일부는 학부모에게 다시 받아낼 수 있습니다.

라. 그런데 피고 중 교육감이 없이 교사 개인에게만 소송을 걸었다면, 교사 개인이 변호사를 찾아보아야 할텐데,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이 경우 교육청에 문의해서 ‘자문변호사’ 풀을 달라고 해서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분에게 상담을 받거나, 역시 잘 아는 교원단체의 법률담당자에게 문의를 하거나, 이미 소송 경험이 있는 지인을 맡았던 변호사를 소개받는 방법 등을 추천합니다. 인터넷을 무작정 검색해서 광고(교육 전문 변호사)를 보고 선임하거나, 단순히 지인이 안다고해서 선임하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큰 회사에 있다고, 또는 수임료가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변호사는 아닙니다. 유료라고 하더라도 한번이라도 제대로 만나서 상담을 받아보고 결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자기 사건에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해 줄 변호사를 찾아야 합니다.

급히 쓰느라 두서가 없습니다. 오탈자도 많을 것 같은데, 시간이나면 조금씩 수정하겠습니다.

송사 때문에 힘든 선생님들, 모두 힘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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