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기적을 꿈꾸며

윤경현(새말초등학교 교사)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예쁜 외모는 아닌데 엄청 이쁜 척하고 귀요미라는 말을 달고 사는 아이, 아이들 말로 소위 나대는 이 아이, 이혼 가정의 이 아이는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못생겼다는 언어폭력에 시달렸고, 그 아버지는 아내인 아이 어머니가 싫어서 딸에게 그러는 거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3학년이 되면 리코더를 불기 시작한다. 리코더를 처음 불었던 그 날, 리코더가 그 아이에게는 그리 쉽지 않았나보다. 그러더니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엎드려서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 불러서 상황을 물어봤다. 자기는 리코더를 불지 못한다고 울어버린다. “잘하고는 싶지?”, “네“, ”그럼 연습을 해야지“, 연습은 안할 거란다. 리코더를 못 부니까 연습을 안 한단다. 연습을 안 하고 잘하는 애들이 어디 있냐니까 잘 부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저기 있단다. 저 애들도 처음에는 못했던 애들인데 피아노 학원이나 집에서 언니, 오빠들한테 미리 배운 거라고 하는데도 자기는 연습을 안 할 거라고 고집을 부린다.

아이들에게 리코더 미션을 주었다. 가장 쉬운 두 곡을 정해서 모든 사람이 통과하면 “과자 파티‘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서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틈틈이 연습을 하고 검사를 받는다. 중간 중간 점검을 하며 서로 도와줄 것을 독려하다보니 리코더를 잘 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화살이 간다.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나오는 이름, 바로 그 아이 ”이지*“ 염려하던 일, 예상했던 일이다.

”선생님이 이런 미션을 준 건 무슨 뜻이지?”

“서로 도와주라는 뜻이요.”

“그럼 친구가 못 불고 통과를 못했다는 건 그 애 탓일까? 아니면 안 가르쳐 준 너희 탓일까?”

“우리 탓이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 아이들은 통과 못한 친구가 있는 것은 자기 탓이라고 세뇌를 당한다.^^

드디어 D-day!!

남은 아이들 중 한 명 한 명 미션을 성공해 갈 때마다 아이들은 환호한다. 남자 아이들 중 마지막 아이가 통과하자마자 곧바로 “이지*”을 연호하는 아이들. 마지막 남은 그 아이를 향한 친구들의 관심과 응원, 열심히 가르쳐주려고 노력하는 친구들…

이제 남은 건 점심시간 뿐, 아무래도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점심을 빨리 먹고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쉽지 않았다. 5교시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자리에 앉았다. 마지막 주자인 그 아이는 선생님과 계속 연습 중이다. 조금은 서툴지만 끝까지 연주를 할 수는 있다. 도전하겠다고 한다.

“솔미미~ 파레레~” 아이의 연주가 시작된다. 천천히, 천천히… 어느 새 아이들도 지*의 서툰 연주음을 따라 조심스럽게 흥얼거린다. “솔미미~ 파레레~” 끝났다. 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틀리지 않고 끝까지 연주 했다. 이게 통과된 것일까?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선생님의 입만 쳐다본다. 아이들이 불안해한다.

“통과한 거니?”

“네~”

“통과!!”

“와아~~~”

ㅋㅋ 당근 통과지.. 통과는 예정되어 있었으니까.

이제 5교시 수업을 시작해야한다. 그런데 지*가 리코더를 넣질 않는다. 혼자서 “솔미미~ 파레레~”를 천천히 연주한다. 혼자서, 그것도 자발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수업을 시작해야하지만 그냥 둔다. 그러자 한 남자 아이가 묻는다.

“같이 불어도 돼요?”

“안돼!”

지*에게 기회를 주고자 그렇게 말해놓고는 금방 후회가 되어 말한다.

“같이 불고 싶은 사람은 불어도 돼. 단, 지*가 잘 불지 못하니까 지*의 속도에 맞춰서 부는 거야”

아이들은 지*의 속도에 맞추어 곡을 연주해간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을까? 눈물 날 뻔 했다.

미션을 성공한 후 이 기분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는 아이, 마지막 주자인 지*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아이 등 지*는 미션을 성공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이 아니라 과자파티를 하게 해 준 영웅이 되어 있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지* 덕분에 하게 된 거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나 역시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열심히 해 준 지*, 도와 준 친구들, 응원해준 아이들, ‘같이 불어도 돼요?’라고 했던 우리 반 싸움꾼 아이, 그리고 같이 불어준 아이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동이었다. 기적이라고 말한 아이, ‘기적은 저절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야. 그 기적을 누가 만들었어? 바로 너희들이..’라며 기적을 함께 만들었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어서 고마웠다. 무엇보다 지*에게 친구들의 응원과 관심이 의미 있게 자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제2의 기적을 준비하기로 했다. 뭐로 할까? 팔씨름을 하잖다. 피구는 또 웬 말이냐. 감동이 한 순간에 확~~ 깨져버렸다. ‘그래, 이게 너희 모습이지, 이제 진짜 니들 같다.’고 생각하며 혼자서 웃는다.

교사가 된지 23년차, 물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를 욱~교사로 만드는 아이들이지만 선생님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반응이 참 많이도 다른 아이들이다. 유난히 올 해 아이들이 그렇다. 교사인 내가 참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주는 아이들이다.

오늘도 지*는 어려운 곡을 리코더로 연습하며 잘 안된다고 투덜댄다. 그래도 스스로 연습을 한다. 이 또한 우리 반 아이들이 이루어낸 소소한 기적일 것이다.

그나저나 다음의 기적은 무엇으로 만들어갈까? 이보다 더 감동적인 기적이 일어날까 싶어 아직도 고민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