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차곡차곡 준비하시는 선생님께(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정재석 (고창영어체험학습센터 파견교사)

안녕하세요. 선생님, 너무나 무더운 여름날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전북의 교사 정재석입니다.

저는 다른 친구들처럼 승진을 향해 달리고 있고 제 친한 지인 선생님들도 승진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가고 계십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승진이 삶의 전부이신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내용의 편지를 쓴다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침묵한다면 우리 교육계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누군가는 외쳐야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고 믿기에 선생님들께 편지를 띄웁니다.

선생님 그 동안 승진 준비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시내로 편하게 출퇴근하시고 업무 많이 안 하실 때 시골로 먼 거리를 통근하고 수많은 업무처리 하셨으니 승진하실 할 자격 충분히 있으십니다.

열심히 연구해서 각종 연구대회나 대학원에 가셔서 연구점수 따시고 이런 저런 대회를 준비해 입상지도 하셔서 이동 가산점을 힘들게 모아서 도서벽지 가서 벽지점수 땄기에 승진할 권리 있으십니다.

아직도 군대 문화가 남아있는 교대부설초등학교 가셔서 반강제 야근하시면서 학번도 어린 교대 후배 교사들에게 교대 부설 기수에 따라 선배라고 부르는 치욕을 참으시며 도교육청지정 가산점보다 두 배 많은 연구점수를 취득하셨으니 꼭 승진해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남들 주말에 편하게 쉴 때 청소년단체에 봉사하느라 애쓰셨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캠핑을 가고 놀이공원 인솔하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운동부 감독하시면서 남들 쉴 때 아이들 전지훈련 따라가서 힘들게 얻은 소년체전 입상실적으로 가산점 받아 승진하시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생활지도가 어려워 다른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고학년을 맡아서 학폭가산점을 가져가시는 것은 당연하고 마음고생이 심한 학폭담당 부장,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노동 강도가 심한 방과후부장, 학교의 잡다한 일을 다 맡고 있는 교무부장 하시느라 고생하셨기에 부장점수 모아 승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교무부장을 하면서 좋은 교장도 있지만 이상한 교장에게도 묵묵히 그 비위 다 맞추며 승진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근평 1등 수 3년을 가져가신 점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선생님께 당부 드립니다. 선생님, 마일리지 승진의 연결고리를 끊어 주십시오. 선생님의 승진점수에 대한 열정이라면 충분히 민주적인 교장이 되실 수 있습니다. 교수들을 보십시오. 교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돌아가면서 총장해도 대학이 망하지 않습니다. 교수들을 보십시오. 사회가 불의하면 총장이 잘못하면 피켓 들고 시위합니다. 교사는 입에 마일리지 승진제 때문에 입에 재갈을 스스로 물리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승진제를 이용해서 입에 재갈을 물어야 할까요? 마일리지 승진제 때문에 선생님들이 불의에 타협하고 교장이 독재를 해도 견제를 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교육을 이야기하고 학교 민주화를 부르짖는 선생님들이 승진제 때문에 탄압받고 있고 멸시와 조롱을 받고 있습니다.

저를 선생님의 승진을 방해한 아주 얄미운 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이 거쳐 간 공정한 길보다는 노력도 없이 이상주의자를 향한 승진 하이패스를 만드는 선동가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민주학교에서는 선생님 같은 승진박사님들보다 이상주의 선생님들이 필요합니다. 지금 선생님의 승진점수 모으기 경쟁은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선생님은 승진을 위해 젊음을 바치셨고 그 승진점수가 있기에 꼭 승진하실 겁니다. 그리고 저는 선생님이 그 노력한 대가를 꼭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마일리지 승진제를 선생님 대에서 끊어주십시오. 선생님과 똑같이 점수에 수동적인 후배를 양성하지 말아주세요. 거짓 충성하며 점수를 위한 교육활동을 하는 일을 이제 끝내야 합니다. 학교는 군대나 경찰서가 아닙니다. 위계 서열이 있어야 돌아가는 조직이 아니라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지성인들의 학문을 나누는 교육의 장이 학교입니다. 그러한 학교에 걸 맞는 교장이 필요합니다.

기피업무를 맡았다고 해서 기피지역에서 근무를 해서 얻은 마일리지는 교장의 자질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기피업무와 기피지역에 대한 보상은 물질적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 분장을 철저하게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피지역 배정도 공평한 규칙을 만들면 순환하면서 근무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교육공동체가 가장 원하는 교장은 섬김의 리더십을 가진 민주적인 교장입니다. 교장의 눈치 보며 근평을 받아 승진하기 때문에 민주적인 교사, 민주적인 교감과 교장이 될 수 없습니다. 교장의 권한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소신 있는 교육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교사들이 민주적이지 않은데 민주시민교육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일리지 교장승진제도를 끊고 교장보직제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교수가 총장이 되고 총장 임기가 끝나고 교수로 돌아오는 게 자연스럽듯이 교사가 교장이 되고 임기가 끝나면 교사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교수처럼 교육전문가로 대우 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장은 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장은 병원에서 행정력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라 의사의 능력으로 인정받습니다. 교사도 교사자격증 하나만으로 교장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장이 되어서도 행정력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라 학생교육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교장이 될 수 있고 다시 교사로 돌아올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장을 만나기를 선생님과 함께 꿈꾸고 싶습니다.

교장보직제주의자 정재석 드림

1 Response

  1. 익명

    선생님, 이 길을 가려고 발을 들여 본적이 있나요? 직접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선 섣불리 말하는 것이 아니네요. 우리네 인생사에 모든일은 양면성이 있다건 잘 알고 있으리라 짐직합니다. 무엇이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어떤것이 최상의 선택인지는 해보지 않고선 말할 수 없지 않은가요? 이런 제도에 대해 말하는 것 조차 안타까운 현실임에 가슴이 답답하네요. 교육정책, 교욱방법등을 바뀌려고 애쓰는 선생님들의 노고에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많이 응원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