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의 갈등 경험에 관한 연구

< 논문 >
교육행정학연구
Korean Journal of Educational Administration
2016, 제34권, 제2호, pp. 221~252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의 갈등 경험에 관한 연구*

      (경희대학교)      (경희대학교)**

이 연구는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이 겪는 갈등이 어떤 갈등을 경험하며, 원인은 무엇이고, 교사들은 그 갈등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그리고 갈등의 특징과 의미는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한 질적 사례 연구이다. 이를 위해서 연구자는 2014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경기도의 한 지역 세 개의 교사모임에 참여하면서 기록한 필드노트, 참여관찰일지, 교사 연수 자료와 관련 문서, 면담 전사록 등을 분석하였다. 교사들은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되면서 ‘혁신이 도대체 뭐야?’, ‘학교혁신은 누가 하는 거지?’, ‘무엇을 위한 학교혁신?’, ‘피곤한 회의, 소통은 부족’, ‘서류상으로만 하면 되나?’, ‘학교만큼 내 가정도 중요한데’, ‘새로운 수업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갈등을  경험했다. 이러한 갈등의 특징은 첫째, 교사들은 생각의 차이에 의해 갈등을 경험한다. 둘째, 갈등을 순응과 회피로 대처하는 교사들이 많다. 셋째, 갈등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교사가 있고 갈등이 해소되면 학교는 혁신된다. 연구결과로부터 얻은 시사점을 통해 교사, 교육청 차원의 갈등관리방안을 제언하였다.

[주제어]:학교혁신, 교사 갈등, 갈등 관리, 의사소통 방법, 갈등관리 리더십

I. 서론

1990년 대 중반부터 ‘교육개혁’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자주 등장했고 2000년 중반부터는 ‘학교혁신’이라는 키워드가 전 국민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장훈, 김명수, 2011).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2000년대 초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서 시작한 혁신학교 운동(정진화, 2014)을 ‘혁신학교 일반화’라는 정책으로 확대하였고, 이를 통해 모든 학교에서 ‘학교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공교육 정상화와 질적 향상을 기대하였다(경기도교육청, 2014). 김성천(2009)은 “단위학교가 교육과정, 수업, 학교문화, 경영체계 등에 창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나아가 타 학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를 학교혁신으로 보고 있다.

혁신학교는 2009년 9월에 13개로 출발했으며(경기도교육청, 2010) 2014년에는 혁신학교 582개(26.1%), 혁신학교 클러스터 참여 학교는 950개(42.6%)로 총 1,382개(62%)의 학교가 ‘혁신학교 일반화’에 참여하게 되었다(경기도교육청, 2014). 학교혁신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자발적으로 혁신학교 운동에 참여했던 교사들과는 달리 ‘학교혁신’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교사들은 ‘혁신학교 일반화’라는 정책이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반학교에서는 공문서나 혁신학교 운영의 사례발표나 자료집 등을 참고하여 ‘학교혁신’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학교혁신’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되기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학교혁신’을 현장에서 경험한 연구자는 이러한 갈등이 일어나는 맥락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보고, 갈등이 효과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인식했다. 갈등이 원만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학교 구성원들이 정신적·육체적인 고통을 당하게 되며, 인적, 물적 자원이 낭비되고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내 교원 간 갈등은 우려할 수준이고(이군현, 노종희, 신현석, 박남기, 2004) 학생들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학교의 성과는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자는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이 겪는 갈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과 상황에서 유발되고 있는지, 교사들은 갈등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참여관찰과 면담을 중심으로 한 질적 사례 연구를 통해 밝혀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혁신’에 참여한 교사들은 어떤 갈등을 경험하며,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가는가? 둘째, ‘학교혁신’에 참여한 교사들의 갈등의 특성은 무엇이고, 그 갈등의 이론적, 실제적 의미는 무엇인가?

Ⅱ. 이론적 배경

1. 학교혁신

2013년 경기도 교육청 학교혁신과에서 발표한 혁신학교 일반화 기본계획에 의하면 경기도는 2009년부터 ‘학교혁신’을 선도할 혁신학교를 지정하여 운영하였으며(2013년 195개, 2014년 582개), 혁신학교는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학력, 인성, 교육공동체의 성장, 학교만족도 등에서 성과를 얻었다. 따라서 이러한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혁신학교 일반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 연구에서‘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의 의미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혁신학교의 운영원리를 바탕으로 ‘혁신학교 일반화’를 위해 제안한 학교혁신 4대과제(표 1)를 단위학교에서 교사들이 실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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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2014)에서는 또한 혁신학교 일반화는 위의 과제를 그대로 모방하여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참고하여 해당학교의 실정에 맞게 창의적으로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단위학교에서 혁신학교 운영 모델을 공유하고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화 되기를 지원하기 위해서 지역별로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였고 혁신학교 연구회, 혁신학교 추진지원단을 조직하여 운영하였다.

2. 학교의 갈등

갈등은 어느 조직에서나 다양한 양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갈등의 범위와 정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남정걸 외(1995)는 갈등은 개인의 내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에서 각 주체들이 가진 욕구가 충돌할 때 발생되어 외부로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는 대립 상태로 보았다. 김선영, 김가은(2015)은 갈등을 상반되거나 조화되지 못하는 두 개 이상의 입장이나 논의, 행동, 감정, 정서 등이 존재하여 어려움이나 곤란이 발생하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갈등의 원인에 대해서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 Pondy(1967)는 조직에서의 갈등의 원인을 첫째, 희소한 자원에 대한 조직 내 부서의 경쟁, 둘째, 타 부서에 속한 활동을 통제, 셋째, 과업의 수행과정에서 그 방법의 합의가 어려움으로 들고 있다. 한편, Hoy와 Miskel(2013)은 학교의 갈등을 인지적 갈등과 정서적 갈등으로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했다. 인지적 갈등은 과업, 정책, 자원에 관련된 문제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정서적 갈등은 사회 정서적 문제, 가치 및 집단의 정체성에 집중된다. 갈등의 원인을 유형화한 시도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구성원의 성격과 환경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학교의 갈등을 효과적인 관리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른 갈등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Dublin(1984)은 갈등이 드러나게 되면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혁신되고 구성원의 재능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어 구성원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고 불만이 해소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갈등의 수준을 적절히 유지하며 기능을 작용하게 함으로써 조직의 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갈등 관리의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남정걸 외, 1995).

갈등 관리론에서 Thomas(1976)의 다섯 가지 갈등 관리 유형은 대표적이다. 그는 개인적 차원에서 협조와 비협조로, 조직 요구를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주장과 비주장으로 개념화하고 이들 개념들을 교차하여 경쟁, 회피, 조정, 타협, 협조의 유형으로 설명하였으며 상황에 따라 이러한 유형이 모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본 연구에서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교사들이 경험하는 갈등은 과업의 수행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인지적 갈등에 속한다.

3. 선행연구

그 동안 학교에서는 직책의 차이로 인한 갈등(옥장흠, 1995), 업무와 학교행사로 수업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교사의 심리적 갈등 (류영규, 최류미, 김대현, 2014), 전시행정, 승진경쟁 등으로 교사들이 겪는 교사 갈등(이남호, 2006)등 오랜 갈등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국내에서 ‘교사 갈등’ 또는 ‘학교 갈등’에 관한 연구는 1970년대부터 시작하여 2000년 이후에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어 오고 있다. 학교에서의 갈등연구는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갈등의 유형이나 요인과 조직효과성 등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다수이다(이정로, 2007; 이윤식, 김광범, 2007; 옥장흠, 1995; 채영병, 정철영, 2006; 류윤석, 2005; 이상철, 2008; 김호정, 2011; 이규만, 김용흔, 2007; 정일환, 임유섭, 2004 등). 2010년을 전후로는 수석교사(이상희, 김재웅, 2012; 김지선, 박소영, 2013), 교장공모제(박인심, 고전, 나민주, 김이경, 2013), 교원성과급제(김경윤, 구소연, 이은숙, 이충란, 2012), 승진가산점(나종민, 김천기, 권미경, 박은숙, 2015), 학교폭력(한유경, 이주연, 박주형, 2013) 등 정책과 관련한 갈등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

교장공모제나 수석교사제와 같은 정책의 영향으로 인한 학교의 갈등은 교원의 처우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교원단체 또는 관련 분야의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가 이루어진다. 반면 경기도 교육청의 ‘혁신학교 일반화 계획’과 같은 이슈는 학교문화와 학습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원이나 학교행정가들의 개인적인 이익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이다 보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들이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는 갈등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선택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교육개혁’과 ‘학교혁신’ 관련 정책들이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교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미시적 접근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갈등연구의 대부분이 양적연구로 수행되어 교사들이 경험하는 갈등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확인하는데 갖는 어렵다는(유경훈, 김병찬, 2015)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노지영(2014)의 ‘한국초등학교 초임교사의 교직갈등에 관한 질적연구’와 같이 질적 연구 방법으로 연구된 논문들도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다(유경훈, 김병찬, 2015; 김선영, 김가은, 2015; 김대현, 이도형, 이상수, 2014; 배은주, 2014; 배병룡, 강민연, 2006). 그러나 지금까지 혁신학교 관련 연구 자료는 초창기의 혁신학교 운영의 원리와 혁신학교들이 보여준 교육성과에 치중되어 있고(유경훈, 2012), 성공사례를 따라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일반학교의 교사들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연구는 없었다.

본 연구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선행연구는 배은주(2014)의 ‘혁신학교 운영의 특징과 갈등 탐색 연구’이다. 서울과 경기의 혁신학교 4개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 결과 ‘교장의 일방적 리드와 교사들의 부동의’, ‘최적의 업무분장에 대한 다른 생각’, ‘학생지도 방식과 내용에 대한 다른 관점’, ‘수업공개에 대한 부담’,‘퇴근 시간 지연’, ‘학부모의 교육적 이기심’,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와 왜곡’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이 나타났으며, ‘교장의 리더십이 필요’,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은 변화와 성장의 동인으로 간주’, ‘갈등해결을 위한 구성원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도출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혁신에 대한 교사의 자발성이 있는 학교를 선발하여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의 운영사례를 연구한 결과이고 갈등의 모습보다는 혁신학교 운영의 특징에 초점이 맞추어진 연구이다. 또한 혁신학교 운영 사례를 따라서 ‘학교혁신’을 실천하게 된 일반 학교의 갈등 양상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선행연구 분석을 통해 현재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갈등 양상을 드러내는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성공적인 혁신학교를 뒤따라 ‘학교혁신’을 실천해야 하는 일반학교의 교사들이 겪는 갈등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교육기관에서는 변화를 추구하는 분위기와 정책 추진에 몰입되어 학교 현장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혁신학교의 우수사례를 홍보하는 일에 더 에너지를 쏟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학교혁신’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학교의 보통교사들이 경험하는 갈등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특징과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Ⅲ. 연구 방법

1. 자료 수집

교사 갈등은 다양한 사회 현상들 중에서도 더욱 복잡한 상호관계로 얽혀 있어 양적연구로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주제이다. 본 연구는 현장의 맥락 속에서 인간의 행동과 지각에 대한 이해 및 해석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질적 연구의 방법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김병찬, 2010).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이 구성하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참여관찰, 면담, 관련 문서 조사를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먼저 참여관찰은 혁신학교 클러스터 부장교사 협의회, H시 초등 혁신학교 연구회, 학교혁신 워크숍 개발팀에서 수행하였다.

혁신학교 클러스터는 혁신학교와 지역의 일반학교를 연계하여 혁신학교 운영원리 및 새로운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전략과 학부모 및 지역의 자원 인사 정보를 일반학교와 공유하고 활용함으로써 실질적인 창의지성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지원 체계를 의미한다(화성오산교육지원청, 2014). H시에는 초등학교 클러스터 3개, 중학교 클러스터 2개, 고등학교 클러스터 1개가 있다. 혁신학교인 클러스터 중심학교는 주변의 6개 클러스터 참여교와 학교혁신의 과정을 함께한다. 연구자는 초등학교 클러스터 한 곳의 혁신담당 부장교사 협의회에 2회 참석했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혁신부장교사들과 온라인 그룹 채팅방을 개설하였고 5월부터 12월까지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화의 내용은 주로 혁신업무를 수행하면서 필요한 행정절차에 대한 정보들, 교사 연수를 기획하기 위한 강사 추천, 그 밖에 혁신업무 담당자로써 겪게 되는 어려운 점 등이다. 연구자는 부장교사들에게 학교의 갈등사례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의도적으로 연구와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아도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고 있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혁신학교 클러스터 부장교사들과의 대화는 이 연구의 주요 자료가 되었다.

H시 혁신학교 연구회는 초등 1개, 중등 1개, 총 두 개의 연구회를 운영하였다. 이 연구회는 지역교육청 및 혁신학교 클러스터 중심학교의 ‘학교혁신’사업을 지원하고 연구회 회원들과 학교혁신 일반화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였다. 연구자는 초등 혁신학교 연구회에 참여하며 회의기록자의 역할을 담당하였고, 회의록과 교사들과의 비공식적인 대화를 기록한 자료를 모았다. 모임은 월 2회, 월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H시 W초등학교에서 이루어졌다. 15~20명 정도의 교사들이 참여하였으며 연구회의 연간 계획은 날짜와 시간 및 대 주제 정도로 계획되어 있고 교사들의 요구에 따라 그날의 주제를 정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학교혁신 워크숍 프로그램 개발팀에도 참여하였다. 이 모임은 2014년 교원 연구년을 하고 있는 경기도의 초등교사 7명으로 구성되었다. 이 모임에서는 현장교사들의 관심도가 높은 혁신학교 일반화 정책 과제, 즉 민주적 의사소통 방법,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평가 등의 주제로 학교구성원들이 문제 발견, 토론, 실천목록 작성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설계하였다. 이들은 4개의 시군 지역에서 혁신학교 추진지원단(혁신학교 일반화를 위한 지역교육청의 혁신관련 업무지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모임에서 개발된 워크숍 프로그램은 교육청을 연계하거나 학교의 요청에 의해 현장에 적용되었고 참여한 교사들의 피드백을 통해 프로그램이 수정되었다.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로부터 혁신학교 일반화 정책 과제를 추진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교혁신 워크숍에서 만난 익명의 교사들이 들려준 갈등사례 또한 이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연구자가 참여한 3개의 모임을 통해 각 학교에서 ‘혁신학교 일반화 정책’실행을 담당하고 있는 교장(교감), 부장교사, 평교사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15년의 교직경력을 바탕으로 교사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진 연구자에게 교사들은 ‘학교혁신’을 실천하면서 경험하는 갈등에 대해 편하게 털어놓았다.

더 많은 교사들의 이야기가 수집된 자료에 포함되어 있으나 이 연구의 목적과 취지를 알리고, 공식적인 면담에 응해준 교사들을 주요 연구 제보자로 간주하였으며 인적사항은 다음의 표와 같다. 본 연구에서 지명, 학교명, 인명은 기호로 표시하거나 밝히지 않는다. 연구 제보자의 주요 인적사항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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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는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 현장에서 교사들을 만났고, 학교개혁, 혁신학교에 관한 교육청 문서들과 논문들을 읽고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참여관찰과 면담자료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대화로부터 얻은 자료들이 상당하다.  교사들이 허락하는 경우 녹음을 하여 전사하였고, 녹음되지 않은 대화는 늦어도 2일 내로 기록하였다. 본 연구와 관련성이 높은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추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공식적, 비공식적 모임을 가리지 않고 연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했다.

2. 자료 분석

연구자는 공식적인 회의 외에도 몇 명의 부장 교사들과는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학교혁신이나 학교교육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때때로 수집한 연구 자료에 대해 토론을 하고 보고서를 검토 받기도 했다. 비 구조화된 면담의 형식으로 자료를 수집하였기 때문에 교육청 문서를 제외한 연구일지, 녹음 파일 전사록, 참여관찰일지, 온라인 모임 게시판 글 등을 수집한 자료만으로도 500페이지에 다다랐다.

수집된 자료를 반복하여 읽으면서 연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코딩 했다. 연구 기간 동안 모아진 자료는 정기적으로 코딩 작업을 반복하여 실시하였고 이 과정에서 후속질문이 지속적으로 생성되었다. 2014년 9월에 이르러서는 수집된 자료에 대해서 어느 정도 포만감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자료의 분석을 위해 Spradly(1980)의 주제분석과 유목분석을 활용하였다. 자료의 분석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되었으며 교육행정 박사과정에 있는 동료의 검토를 5회 이상 받았다.

이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갈등의 모습은 어느 한 학교의 사례가 아니라 한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사례들을 종합한 것이다. 연구를 시작한 후 7개월이 지난 시점인 2014년 9월에는 몇 가지 유형이 모든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는 것을 파악하였고 그 외의 주목할 만한 갈등이 추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집중하며 자료의 해석 작업과 동시에 관찰 및 분석 작업을 3개월 동안 더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교사들이 경험하는 7가지 갈등은 경기도 교육청의 혁신학교 일반화 정책 추진에 따라 발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본 연구의 이론적 배경에서 검토한 혁신학교 일반화를 위한 4대 과제 영역으로 분류하여 기술하였다.

또한 주요 연구 참여자들 중 본 연구에 큰 관심을 보였던 교사 5인이 이 보고서의 초고를 읽고 갈등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설명이 충분한가, 연구자가 해석한 부분이 보편타당한가에 대해 조언하였고, 연구자는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 후 반영하여 최종보고서를 작성했다.

Ⅳ.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의 갈등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은 혁신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을 가짐으로써 몇 가지 특징적인 갈등을 경험했다. 교사들이 보이는 갈등의 모습은 7개의 소주제로 도출되었으며, 이것을 경기도 교육청에서 제시한 ‘학교혁신’의 4대 과제와 연결 지어 기술해보았다.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의 갈등은 Hoy와 Miskel(2013)의 인지적 갈등에 해당하며 과업 수행의 과정에서 과업의 목표와 수단에 대한 합의가 어려움(Pondy, 1967)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조직에서 인지적 갈등은 개인 간 갈등, 개인의 내적 갈등을 복합적으로 수반함을 알 수 있었다.

<표 3>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의 갈등

갈등 영역

주요 갈등 주제

‘자율경영 체제 구축’ 과정에서 갈등

‘혁신이 뭐지?’

‘자율경영 체제 구축’ 과정에서 갈등‘학교혁신은 누가 하는 거지?’

‘민주적 자치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갈등

‘무엇을 위한 학교혁신?’

‘민주적 자치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갈등‘피곤한 회의, 소통은 부족’

‘전문적 학습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갈등

‘서류상으로만 하면 되나?’

‘전문적 학습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갈등‘학교만큼 내 가정도 중요한데’

‘창의지성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서 갈등

‘새로운 수업보다 안전이 우선’

1. ‘자율경영체제 구축’ 과정에서 갈등

‘자율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 학교 구성원들이 혁신학교의 기본 철학을 공유를 필요로 한다. 또한 권한위임을 통한 구성원의 재량권을 확대하고 구성원이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경기도교육청, 2014). 교사들은 이 첫 번째 과제와 관련하여 혁신의 의미와 주체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함으로써 갈등을 경험했다.

가. ‘혁신이 뭐지?’

교사들이 생각하는 ‘학교혁신’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적인 관행을 제거하고 수업과 학습의 질을 높이는데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시키자는 의미로 혁신을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일을 더 하는 것”, “새로운 일”, “4대 과제를 수행 하는 것”등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1] 요즘은 혁신 담당 업무가 가장 복잡하고 할 일이 많아요. 이게 워낙 개념이 광범위 하다 보니까 기존에 안하던 새로운 것은 모두 혁신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여러 가지를 떠안을 때가 있고 혁신하면 업무폭탄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혁신학교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 많아요. (교사2)

[2] 혁신의 4대 과제는 뭘까요? 모든 학교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데 같은 과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으세요? 처음에 그 공문을 받으니까 교육청에서 정해준 4대 과제를 골고루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학교의 문제가 아니예요, 우리의 관심도 아니고요. (교사1)

학교혁신을 단순히 교육청에서 주어지는 정책 과제로 인식하는 교사들의 경우 그것은 귀찮은 일이고 형식적으로 문서를 갖추어 놓아야 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누가 ‘혁신’업무를 맡아서 하느냐를 두고 서로 눈치를 본다. 그들은 학교혁신이라는 것이 무의미한 행정업무 더하기가 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진짜 혁신’을 원하지만 선뜻 나서서 뭔가를 하기는 어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교혁신’업무를 배정받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저 ‘나의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3] 혁신 업무를 맡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어요. 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고생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맡은 거죠. 그리고 이거 제대로 해보려고 하면 선생님들이 싫어해요. 예산을 주니까 그거 어떻게 쓸지가 고민이고, 최대한 일 안 벌리고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죠. (교사6)

이처럼 학교혁신을 ‘과제’나 ‘업무’로 생각하는 경우 ‘혁신업무’를 피하려 하고 어쩔 수 없이 맡게 되면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나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기 보다는 일을 크게 벌이지 않으면서 주어진 예산을 소진하는 묘안을 찾으려 하는 것에 그친다. 따라서 1회성 체험학습이나 강사초빙 교사연수를 하는 것으로 예산을 소진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교사 학습공동체 운영, 토론회 등은 보고서 상에서 존재하는 학교행사가 되어 버리고 만다.

한편 학교혁신은 어떤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을 더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 교육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학교 운영 방식을 점검해보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하면서도 학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수업방식을 새롭게 바꾸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다. 이들은 혁신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담론의 장을 만들고 학교의 시스템을 재구조화하고자 노력했다. 교사들은 혁신이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할 과제를 찾아나감으로써 갈등을 해소해 나갔다.

[4] 무엇이 문제인지, 학교가 변하기 위해서 우리가 하고 있던 불필요한 일들, 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어떤 것들인지 찾아내고 실제로 그것들을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야근까지 하며 토론하고 설득하고… 그것은 의미 있었어요. 덕분에 지금은 우리 학교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고 선생님들이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게 되었죠. (교사14)

정책이 학교에 도입될 때 구성원들이 그 의미를 달리 이해함으로써 발생하는 갈등이 종종 발생한다. 구성원들이 토론을 통해 혁신의 의미를 공유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학교혁신’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 학교의 교사는  “새로운 일을 많이 하는 것이 혁신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실천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협력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경험을 해본 교사들은 자신 있게“우리학교는 혁신적이야”라고 말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분명한 ‘학교혁신’의 개념을 가질 수 있었다.

나. ‘학교혁신은 누가 하는 거지?’

학교가 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을 “교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교장이 “권한을 내려놓지 않아서 혁신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는 혁신의 주체가 되라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교장은 여전히 개인적인 가치관과 의지로 학교 사업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교사들에게 업무를 배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학교가 다수였다. 이런 경우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의 변화를 원하는 교사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교장과 갈등을 경험하면서 “학교혁신은 교장이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곤 했다.

[5] 교장선생님 바뀌니까 시상제, 인증제가 얼마나 좋은 건데 왜 없애냐 하시면서 교장선생님 의지대로 만드셨더라구요.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백팔십도 달라지니까… (교사1)

[6] 우리도 (교육과정)재구성 하고 싶죠, 그런데 열심히 노력해서 기껏 새로운 것 만들어 내면 뭐합니까, 교장 선생님이 싫다고 하시면 그만인데요, 틀렸다고 하면 그만인데요. (익명, 워크숍에 참여했던 6학년 담임교사)

이와 같이 교사들은 나름의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새로운 수업을 해보려고 하는 의지와 욕구가 있으나 학교의 중요한 교육활동은 교장이 정하는 것이고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혁신학교 일반화 정책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수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교육과정 운영에서 재량권을 발휘하고자 할 때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교장에게 불만을 가지게 되며 갈등을 경험한다.

교장과 갈등을 경험하는 교사들은 “교장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들은 “교육청에서도 교장을 어쩌지 못하는데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교장이 원하는 대로 군말 없이 일을 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7] 학교 마다 고민은 민주적인 학교문화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선생님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요. 가능성도 안 보이는데 에너지 소모하기 싫죠. (교사2)

[8] 교육청에서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하라고 예산을 지원하잖아요. 그런데 보통 강사들 불러다가 연수나 하지, 교장은 같이 연수 듣나요? 예산 어디에 쓸지도 교장선생님이 정하는 걸요. 차라리 돈을 주지 말고 교육청에서 교장연수하고, 공문으로 딱 지정해서 뭐 하라고 하면 될지도 몰라요. 그런데 장학사들이 그런 거 할까요? (교사5)

이와는 대조적으로, “교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교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교사도 있었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이 다른 경우 설득의 과정을 거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이런 과정들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교사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교장의 탓만 한다. 갈등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교사들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인간적으로 미워하게 되면 갈등은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에게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은 상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교장 때문에 못 한다”가 아니라 “교장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9] 교사들이 교장선생님을 감동시키는 것도 필요해. 당신도 교사였던 시절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야 투덜거려도 들어주시지. 관리자가 믿는 것 이상으로 교사들이 뭔가를 해내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 한거야. 처음엔 새로 온 교장선생님과 갈등이 있었어, 이제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하고 믿고 맡겨주신다는 느낌이 들어. (교사7)

[10] 교장선생님이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 교사들이 그것을 받아주지 않고 일단 거부하는 것도 문제예요. 소외감 느끼는 교장선생님들이 많아요. 선생님들이 받아주지 않는데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들어주고 그런 게 어디 쉬운가요. (교사14) 

교장이 달라지지 않으면 교사들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상황에 순응하거나 회피하는 교사들이 다수였지만, 한편 교장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교사들은 ‘학교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

2. ‘민주적 자치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갈등

두 번째 학교혁신의 과제인‘민주적 자치공동체 형성’의 내용은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고 참여와 소통의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경기도교육청, 2014). 교사들은 누구를 위한 학교혁신인가에 대한 의문과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의 부재로 인해 갈등을 경험했다. 이것은 학교혁신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참여와 소통의 민주적 자치공동체는 이러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때 형성할 수 있다.

가. ‘무엇을 위한 학교혁신?’

현행의 교원승진제도에 따라 승진을 하고자 하는 교사는 점수가 주어지는 행정업무를 맡아서 해야 하고, 교장이 주는 근무성적평정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승진을 눈앞에 둔 교사는 ‘근평’을 잘 받기 위해서 교무부장 또는 연구부장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학생이나 교사보다 교장의 선호나 가치관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려고 한다. 승진을 인생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부장교사는 교장과의 갈등이나 의견대립을 원하지 않는다.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교사들의 소통이 늘어나면서 부장교사들이 승진점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느라 수업에 소홀하게 되는 것, 형식적인 문서를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교장이 원하면 언제든지 보여 주기식의 행사를 벌리는 것 등의 모습이 교사들에게 더 노출되었고 이 때문에 갈등이 커졌다. 특히 수업과 학교 운영 방식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는 교사들은 승진만 바라보는 부장교사들은 ‘학교혁신’도 승진을 위해서 한다며 이들이 교사들과 교장의 소통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였다.

[11] 자기 점수 받으려고 학교에 역점사업 만들고요. 책임자가 점수 받으려고 만들어 내는 연수가 결국 전체 교사들이 도와야 할 일이 되죠, 수업 준비할 시간을 많이 빼앗죠, 교육적인 거면 괜찮은데 그렇지도 않고요, 사실 그런 분들 자기반 아이들도 방치하는 경우 많잖아요. 이럴 거면 학교혁신은 왜 하는거예요? (교사5)

승진만 바라보는 교사들과 그렇지 않은 교사들은 수업, 생활지도, 학교 운영 시스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학교혁신’의 목적이 달라서 의견이 대립되고 갈등을 겪는다. 교사들은 최소한의 기간인 2년을 근무하고 나면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교사들이 있는 학교로 옮기려고 한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라는 연구자의 질문에 한 교사는 “그 사람들은 유전자가 달라서 어떻게 해볼 수 없다”, “승진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갈등은 영원할 것”이라고 하며 그들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12] 교사라면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된단 말이야. 승진점수 빵빵하게 있는 학교에서 승진에 목메는 교사들과 지내는 것이 힘들었어. 2년 만에 나온 게 다행이었지. (교사8)

개인적으로 승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교사들과 그렇지 않은 교사들이 ‘학교혁신’의 목적을 합의하면 서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다. 수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제도라고 했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결국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인정해주고 서로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13] 인간은 누구나 지위 상승의 욕구가 있는 거잖아요. 제도상으로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거지… 오죽하면 수업 시간에 자습 시키고 행정업무 하겠어요? 오히려 승진하고 싶은 분들이 똑똑하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 하고 그래서 주변에서 인정도 해주고 그러면 일은 잘해요. 우리가 하기 싫은 일, 힘든 일 맡아서 해주니까 고마운 부분도 있죠. 아이들 위해서는 어쨌든 각자 잘하는 부분을 발휘하면서 도와야 해요. (익명, 민주적인 학교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한 2학년 담임교사)

갈등이 깊어져서 서로 회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학교가 있지만, 학교 교육의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교사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협력하는 교사들도 있다. 예를 들어 부장교사의 수업 시수를 주당 10시간 내외로 대폭 줄여 행정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담임교사는 수업시수를 더 많이 맡는 대신 행정업무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한 사례도 있었다.

나. ‘피곤한 회의, 소통은 부족’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학교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회의를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위에서 정하면 그에 따라서 일을 할 때와 비교해서 교사들이 빈번하게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한 번 시작하면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가 많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다. “담당자가 알아서 결정하고 업무를 분담하여 처리하던 기존의 방식이 효율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교사들과 “처음엔 힘들어도 민주적인 회의문화가 정착이 되어야 학교와 수업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갈등을 겪는다.

[14] 제가 요즘에 읽고 있는 책이 ‘회의하다 망한다’예요. 회의가 많다 보니까 모든 사람들이 엄청 피로해 지는 거에요. 그런 피로가 모두 있어요. (교사2)

길어지는 회의는 피곤하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기 어렵기도 하고 오랜 시간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을 교장이 반대하는 경우 교사들이 회의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다수가 모인 회의에서 회의하는 방식이 민주적이지 못하면 자신의 의견은 표현하지도 못하고 목소리 큰 사람들의 지루한 논쟁만 지켜보게 된다. 회의에 피곤함을 느낀 교사들은 불만이 있어도 참고 지내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회의하지 말고 차라리 알아서 결정해 달라”고 한다.

[15] 친구가 근무하는 학교는 작년부터 벌써 교사별 평가하고 학생 포트폴리오로 시험지에 의견 써서 학부모와 의견을 주고 받는다고 했어요. 우리도 그렇게 해보면 안될까 생각해서 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 의견은 들어 보지도 않고 교무부장이 바로 이거는 내년에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정리하고 넘어 갔어요. 회의 진행자가 굉장히 중요해요. 너무나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의견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고 윗사람이 결정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사람들이라 그 인식을 바꾸기가 너무 힘들어요. 선뜻 말을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식의 회의는 시간만 낭비되고 내가 총대를 맬 필요가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죠. (교사5)

한편 많은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특색 있게 운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학교마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전입교사들은 학교 적응이 예전에 비해 어려워졌다. “경력이 많다고 학교일이 익숙한 것이 아니라 학교를 옮기면 신규가 된다”며 답답해하는 교사들은 “회의는 더 자주 열리는데 소통은 여전히 막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16] 저는 경력이 15년이 넘었는데도, 이 학교에 오면서 너무 힘든 거예요. 완전 백지 상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학교 마다 일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네요.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면 이 나이 되도록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게 부끄럽기도 하고, 바쁜 선생님들 시간 뺐는 거 같아서, 힘들어도 알아서 하는 거예요. (익명, 워크숍에서 만난 교사)

교사들은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학교문화를 바라지만 기존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민주주의 실천학교로 지정된 한 학교의 담당 교사는“교사 토론회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토론이 필요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일로 생각하고 한다”며 막막해했다. 한편 회의문화가 달라졌다는 한 학교의 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17] 교무부장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회의진행 하는 기술이 있어요.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려고 하니까, 요즘은 저도 회의시간에 말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그대로 가니까 선생님들이 회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좀 줄어든 것 같아요. (교사12)

효율적인 회의에서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려고 하지만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제한하는 등 회의가 끝없이 길어지지 않도록 했으며 논의의 결과가 학교 운영에 반영이 되었다. 이런 경우 교사들이 가진 회의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비공식적 모임과 온라인 소통을 활발히 함으로써 소통에 대한 교사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학교도 있었다.

[18] 우리학교는 퇴근 시간 이후에 회식을 자주 하는 편이예요. 학교에서 동학년 친목여행 같은 것도 권장하는 분위기죠. 예산을 일부 지원해주거든요. 선생님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다 보니 카톡이나 SNS로 소통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업무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교사14)

의사소통의 부족으로 야기되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학교에서는 비공식적 조직이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공식적 모임을 즐기는 교사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도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시간의 낭비가 아니라, 결국 갈등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고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이 되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교사들이  온라인 메신저로 학부모들과도 소통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3. ‘전문적 학습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갈등

‘학교혁신’을 위한 세 번째 과제는 학교조직을 교육과정 중심으로 운영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학습공동체를 구축함으로써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도록 학습지원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경기도교육청, 2014). 그 동안 학교의 구조는 행정적인 틀, 예를 들어 교무, 연구, 정보 등의 업무부서가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앞으로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형성하여 학년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수업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위해서 학교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려는 교사들과 개선하려는 교사들이 갈등을 경험했다.

가. ‘서류상으로만 하면 되나?’

교육과정이 중심이 되는 학교 운영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행정을 우선하는 업무방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문서작업을 줄이는 일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서류상의 일’중의 하나가 수업공개와 협의회이다. 수업공개는 보통 저경력 교사의 업무로 주어지고, 수업에 대한 전문적인 토론 없이 수업지도안, 사진 및 참관록을 모아두는 절차상의 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공개를 한다고 수업을 잘하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을 강조하고 수업나누기 활동을 강조하게 되면서 “모든 교사가 일 년에 4회 이상 의무적으로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학교들이 많다. 기존의 “수업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방식을 유지한 채 수업 공개 횟수만 많아지다 보니 그에 따른 문서작업만 늘어나고 있다.   

[19] 누군가 하기 싫은 일(대표수업공개)을 만만한 신규가 했는데… 요즘은 혁신한다고 이런 식으로 모두 수업 공개하고 협의회 하라고요. 사진만 찍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여러 사람이 귀찮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수업전문성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교사11)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수업 방법의 변화는 교사들에게 부담이다. 그런데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 형식적인 일을 그만두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교사들과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교사들 간의 갈등이 있다.

[20] 수업공개는 그냥 형식적으로 해요. 다들 평소에 수업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죠. 이렇게 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변화를 좋아하는 교사들이 많지 않거든요.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하던 대로 하니까 무의미한 서류만 만들어요. (교사6)

서류상으로만 하는 일은 ‘행정업무경감’에서도 볼 수 있었다. 행정업무경감은 교사들이 행정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의 행정업무를 간소화 하고 그에 따른 공문의 양과 횟수를 줄이자는 것이다. 통계상으로는 공문이 줄어들고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실무사와 부장교사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교사들은 행정업무가 경감되었다고 느끼지 않았다.

[21]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요. 문서상에서는 행정업무가 줄었다 하는데 또 다른 업무가 생겼어요. 내가 수업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내일 수업을 생각해 볼 시간이 있지는 않은 거 같아요. 서류상으로만 담임의 업무를 없애고 부장과 행정 실무사에게 모두 몰아서 준다고 업무가 경감된 것이 아니잖아요. 그 일이 또 어디로 오겠어요. (교사5)

이렇게 된 배경에는“교사들이 작성하면 행정실무사 이름으로 결재 받는 식으로” 일을 하거나 “교육청에서 학교로 발송되는 공문의 수를 줄이고 게시공문으로 전달”하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업무경감이 안 되는 원인이 있다. 그리고 교사들과 학교관리자는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들에 대해서 교육청에서 딱 꼬집어서 “이런 업무들은 폐지하세요.”라는 지시를 하지 않는 이상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22] 사고라도 나면 문서가 가장 중요해. 교육적이냐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해야할 일들 투성 이잖아. 그래도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누가 책임질 건데? (교사8)

[23] 보통 학년 부장이 교육과정 만들잖아요. 그것도 작년 것 날짜만 바꿔서요. 선생님들은 학급 이름만 바꿔서 쓰는 거죠. 작성해야할 문서의 양이 너무 많아요. (중략) 사실 서류 따로 수업 따로 많이 하죠. 그래서 가짜 문서를 많이 만들어 내요. (중략)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교육과정이 몇 년 전에 100대 교육과정 수상했던 작품 이예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화려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어요. 심사하는 분들이 그걸 모르나 봐요. 선생님들은 보면 딱 아는데요. (교사 5)

담임교사들이 나누어 처리했던 많은 업무들을 행정 실무사나 부장교사들이 하게 되어서 부장교사의 업무부담은 늘어났고, 덕분에 담임교사들이 수업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학교혁신하느라 생겨난 업무가 많아져서” 시간적인 여유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혁신도 형식적인 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서류상으로 일을 하는 것은 교사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따르는 교사들과 실질적으로 수업협의회의 방식이나 업무의 간소화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갈등을 겪는다.

한 초등학교에서 사례에서는 교사들이 치열한 토론 끝에 몇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과감한 업무경감을 시도했다. 이 학교에서는 몇 명의 교사들이 나서서 문제를 명료화 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이끌었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했다.

[24] 오 육십 가지 학교 업무를 펼쳐 놓고 교육적인가를 논의해 봤습니다. 실제로 수업을 위한 일이 아닌데 교사를 힘들게 하는 업무를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업무들에 대해서는 일단 하지 말고 6개월 후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합시다라고 하면 교장, 학부모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6개월 후에는 없어지더라고요. (교사14)

교사14는 “업무경감이 문서상으로만 이루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들을 과감하게 폐지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장을 설득해야 하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며, 그것은 “학교 교육의 목표 설정과 운영의 과정에 모두가 참여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업공개와 협의회의 방식을 혁신하여 만족해하는 교사도 만날 수 있었다.

[25] 우리학교는 새로 교감 선생님이 오셨는데, 교사 협의회를 통해 수업공개의 방식을 바꿨어요. 저희는 수업에세이 쓰기를 해요. 그리고 아무 때나 수업을 보게 해주는 선생님이 계셔요. 이 학교에 오래 계신 선생님인데 새로 오신 분들이 수업을 참관하면서 공감을 많이 했고, 얘깃거리가 만들어져서 좋았어요.  (익명, 워크숍에서 만난 교사)

‘형식적인 일’을 힘들어 하면서도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교사들과 “혁신할 수 있다”는 교사들이 갈등을 겪고 있었다. ‘형식적인 일’을 그만둘 수 있게 된 학교에는 문제를 공론화 하고 개선방법을 찾기 위해 앞장서서 의사소통을 이끌어 간 교사들이 있었다는 점이 차별화 된다.

나. ‘학교만큼 내 가정도 중요한데’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차례대로 가르치면 되었던 시절에는 교사들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 서로 전문적인 대화를 할 필요성이 적었다. 그러나 학생의 배움이 중심이 되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하고자 하는 교사들은 협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수업이 끝난 후에 혼자서 주어진 행정 업무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곤 했던 교사들이 이제는 팀을 이루어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빼앗기고 가정에서의 역할 수행에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26] 애는 언제 보고 자기생활은 도대체 언제 하는 거예요?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개인 시간을 희생하는 것도 불만이예요. 자꾸 만나서 의논을 하자는데 힘들어요.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합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익명, 워크숍에 참가한 교사)

[27] 육아나 가사 일에 너무 치중해서 수업 끝나면 교실에서 최대한 빨리 맡은 업무 끝내고 퇴근 시간되면 인사도 못할 정도로 신속하게 나가시죠. 심지어 오후에 인터넷으로 장보고 퇴근하면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애기 데리고 집에 가서 저녁밥 짓고 … 그런 분들은 공동으로 하는 일(학습공동체)에 참여할 수가 없어요. (교사13)

이와 같이 ‘학교혁신’을 위해 참여와 소통의 문화를 강조하는 교사들과 여전히 개인적으로 일하기를 원하고 가정에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는 교사들은 갈등을 경험했다. 이런 경우 학교는 대개 미혼의 저 경력 교사나 승진을 원하는 교사들이 주로 일하는 문화를 형성하면서 갈등을 드러내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28] 보통 자녀 돌보는 일 때문에 조퇴나 칼 퇴근 한다고 하면 뭐라고 할 수가 없어요. 보통 부장님들이 일을 많이 하시고, 일은 신규들이 다 하죠. 그게 당연한 건 아니죠.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하는 거죠. (교사13)

학교는 여교사 비율이 높은 조직이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역할을 우선하는 것을 표면적으로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잘 드러나지 않는 갈등 또한 상호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된다면 학교조직의 역량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29] 육아에 지친 삼사십대 교사들이 일 안하려고 하고 또 다들 사정을 아니까 배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50대 교사가 되면 자타공인 무능한 교사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요. 저희는 터 놓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해야 하게 되면 아이들을 학교에 데리고 와서 함께 놀게 해요. 책도 보고… 신나 하더라고요. 요즘 애들 형제가 없어서 이렇게 서로 친해지는 것도 좋고, 우리는 마음 놓고 일하고요. (교사12)

또한 온라인에서 공부하는 모임을 하는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교사들은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으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4. ‘창의지성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서 갈등

‘창의지성 교육과정 운영’이란 학생들의 배움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학교의 특성에 기반하여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고 학생의 배움이 중심이 되는 수업에 맞는 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경기도교육청, 2014). 창의지성 교육과정에서는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활동과 참여가 늘어나는 수업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 시스템의 재구조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들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하고 그에 따른 결과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갈등을 경험한다.

가. ‘새로운 수업보다 안전이 우선’

교육과정 운영의 혁신은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그에 맞추어 창의적인 수업방법과 학생의 참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식을 도입하는 데 있다. 이런 방향에 따라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다양한 학습활동을 시도해 보려고 하는 교사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동료교사들 및 교장과 갈등을 겪는다.

[30]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치라는 것이지, 사고 날까봐 겁나서 선생님은 떠들고 학생들은 똑바로 앉아서 듣기만 하는 수업을 계속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 반만 색다른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선생님은 좋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요. 사고 나면 학교장 책임이라고 교장선생님도 싫어하시고… (교사9)

교과서 밖의 다양한 학습 활동을 시도하는 것은 교사들에게는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일이다. 현실적으로도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 교사를 대상으로 사고의 책임을 묻는 사건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업을 시도해 보기를 바라는 교사들은 동료교사들이나 교장과의 갈등을 겪는다. 사고와 민원에 대한 두려움이 큰 교장은 새로운 수업을 시도해 보려고 하는 교사들에게 지나치게 구체적인 계획서와 보고서를 요구함으로써 갈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많은 교사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수업 방식을 선택한다. 수업 혁신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많은 교사들이 다음의 사례에 공감을 표시했다.

[31] 학교에서 현장 학습으로 예술 공연을 감상하려고 하면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이동 시간 소모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서 꺼리는 형편이에요. (중략) 학교 옥상은 넓고 햇볕이 잘 들어 텃밭 가꾸기 생태교육에 적합하나 안전을 이유로 텅 빈 채로 방치되고 있어요. 아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사건건 계획서 결재 받으면서 뭔가를 시도하는 것 까지는 어렵죠. (교사10)

이처럼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이 높은 교사들은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선에서 수업을 한다. 교과서를 벗어난 학생 선택 활동 중심 수업이나 프로젝트 학습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생각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용기 있는 교사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서 자신이 비교대상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한편 2014년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교육청에서 수많은 안전사고 예방 지침을 학교에 전달하였고, 그에 따라 많은 학교들이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취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소집 비상 회의를 열어, 현장체험학습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을 하였다. 그 결과, 예정대로 모든 현장체험학습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32]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교육과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교실 안에 가둘 수는 없었습니다.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했고 교사들도 그렇고 교장선생님도 모두 다 함께 공동으로 책임지기로 합의했어요. (교사14)

이 학교에서는 안전사고의 가능성과 체험학습의 중요성을 논의하는 자리에 학교의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였고,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최선의 결정을 하고자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는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갈등이 해소되고 교육활동에 더욱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Ⅴ. 논의 및 결론

1. 논의

이 연구는 최근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경기도 교육청의 학교혁신 일반화 계획에 따라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이 경험한 갈등에 대한 질적 사례 연구이다. 연구자는 경기도 지역 교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겪는 갈등의 모습과 특징을 탐구하였다. 연구현장과 참여자에 따라 구체적인 갈등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으나 본 연구를 통해 발견한 갈등 현상들의 모습과 그것들이 내포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 논의해 봄으로써 앞으로 ‘학교혁신’을 실천하는 교사들이 겪는 갈등 양상을 이해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먼저 논의할 문제는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이 경험한 갈등의 원인과 그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학교혁신’을 위한 첫 번째 과제인 자율경영체제 구축 과정에서 교사들은 ‘혁신이 뭐지?’와 ‘혁신은 누가 하는 거지?’라는 물음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함으로써 갈등을 겪었다. 이러한 갈등을 순응과 회피로 대처하는 교사들은 학교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혁신을 또 하나의 업무로 인식하고 있으며 ‘학교혁신’은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학교혁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학교현장의 문화와 충돌하면서 구성원 간의 갈등을 유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정책이 실제에 영향력을 미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 때 갈등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교사들은 문제에 대한 충분한 담론 형성을 통해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혁신은 교사들이 교장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 나갔다.

두 번째, 민주적 자치공동체 형성의 과정에서 교사들은 ‘무엇을 위한 학교혁신인가’라는 목적의 문제와 ‘피곤한 회의, 소통은 부족 ’으로 인해 갈등을 경험했다. 예를 들어 수업이 중심이 되고 민주적인 소통이 일어나는 학교를 바라는 교사들은, 승진이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혁신을 위한 대토론회’와 같은 일을 할 때 민주적인 소통과는 상관없이 절차나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하는 교사들과 갈등을 겪었다. 이 때 갈등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교사들은 자신의 생각과 불만을 숨기고 있거나 다른 학교로 옮기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갈등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교사들은 개인의 목적을 위해 하는 일이 결국 공공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회의진행 스킬을 배우기,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소통 부족을 해소하기 등 학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다.

세 번째, 전문적 학습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교사들은 ‘서류상으로만 하면 되나?’, ‘학교만큼 내 가정도 중요한데’라는 의견차를 가짐으로써 갈등을 경험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학교 운영 체제를 행정중심에서 교육과정과 수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불필요한 서류업무를 줄이고 동료교사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반기지 않는 교사들은 업무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서류업무는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하며,  수업개선을 위한 공동연구에 개인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하던 대로’하기를 바란다. 반면 적극적으로 갈등에 대처하는 교사들은 기존의 방식을 따르고자 하는 교사, 학부모, 교장을 설득하기 위한 힘든 과정에 도전했다.

네 번째, 창의지성 교육과정 운영의 과정에서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보다 안전이 우선’인가에 대해 의견차를 보임으로써 갈등을 겪었다.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활동과 참여가 늘어나는 수업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하고 그에 따른 결과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안전사고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수업에 대한 결과가 불만족스럽거나 학부모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 등은 교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수업으로의 변화를 주춤하게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교사들도 동료교사와 교장의 우려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갈등관리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교사들은 학부모와의 토론을 통해 공동의 목표와 공동의 책임이 중요함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에서 나타난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의 갈등을 혁신학교 운영과정에서 갈등을 연구한 배은주(2014)의 결과와 비교해 볼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교장의 일방적인 리드’, ‘최적의 업무분장에 대한 다른 생각’, ‘수업공개에 대한 부담’, ‘퇴근 시간 지연’, ‘학생지도 방식과 내용에 대한 다른 관점’의 갈등은 본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학교혁신은 누가 하는 거지?’, ‘서류상으로만 하면 되나?’, ‘학교만큼 내 가정도 중요한데’, ‘새로운 수업보다 안전이 우선’의 갈등과 맥락이 통한다.

그러나, 학교혁신의 개념과 필요성에 관한 갈등인 ‘혁신이 뭐지?’, ‘무엇을 위한 학교혁신?’은 본 연구에서만 나타난 결과이며 선행연구에서 발견한 ‘학부모의 교육적 이기심’이나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와 왜곡’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런 차이점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본 연구의 참여자들 대부분이 일반학교 교사들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학교는 교사들이 비교적 ‘학교혁신’에 대한 목적의식이 불분명하고 참여의지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혁신의 의미나 목적에 대한 갈등이 나타나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학부모와의 갈등은 두드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어서 ‘학교혁신’에 참여한 교사들이 어떤 갈등을 경험하며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가는가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두 번째 문제인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의 갈등의 특성 및 이론적, 실제적 의미를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교사들은 ‘혁신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에 의해서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교사들은 이론과 실제에서 혁신의 의미를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학교도 전통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변화를 추구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학교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장, 교감, 교사, 학생, 행정직, 기능직, 계약직 등 서로 다른 역할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개성과 특성, 세대와 성별의 차이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그들의 의견차는 갈등 발생의 원인이다. 이와 관련하여 Cambell(1983)은 학교는 조직화된 무질서 , 이완체제 등의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목표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학생지도 및 관련 업무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존재한다고 했다. 생각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대화를 통해 차이를 좁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렴해 나가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즉, 차이를 변화와 성장의 근원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배은주, 2014).

둘째,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은 갈등을 회피하고자 기존의 방식이나 윗사람의 의견에 따르는 경우가 다수였다. 교사들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하기보다 의견이 다름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며 반대 의견에 대해 냉담, 무관심 등의 태도를 보이면서 회피한다. 이것은 정명자, 박세훈(2006)의 “학교의사결정의 실제에 있어서 학교장이나 부장교사의 영향이 컸으며 교사들의 참여수준은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부연한다. 교사들은 갈등이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갈등을 무시함으로 대처하고 있다. 여전히 위로부터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는 업무풍토에 적응해 온 교사들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갈등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 보다는 갈등을 잠재우고, 그 상황을 피하려는 관리방식은 구성원 간의 보이지 않는 감정의 대립 구도를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교사들은 변화에 대한 거부감, 학교혁신에 대한 피로감을 가지기도 했다. 또한 인지적 갈등은 정서적 갈등을 수반하는 일이 흔하며 감정적으로 발전한 갈등은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과도할 경우 조직 및 구성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배은주, 2014; 이상철, 2008; 이정로, 2007).

본 연구에서 교사들은 불합리 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거나 “절대 바뀌지 않아”(사례[7]) 라는 생각을 가지고 갈등 해결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교사들은 교장이나 부장교사와 의견이 대립할 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순응하여 따르거나, 그들을 피해 다른 학교로 옮겨가는 선택을 했다(사례[12]). 또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수업은 안하며, 만만한 사람에게 일을 미루거나 불필요한 업무라도 대충하면서 참고지내는 식으로 대처하는(사례[20]) 등 갈등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를 회피하고 있었다. 사실 최근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학교혁신을 위한 하향식 정책들이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조하면서도 교사의 결정을 신뢰하고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지원 장치는 약하다.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나 행정절차에서의 실수에 대해 교사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직업을 유지하는 것과 승진을 우선순위에 두는 교사들에게 적극적인 혁신의 시도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혁신’을 실천하는 교사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강화되어야 하며, 동시에 교사들도 학교를 혁신하기 위한 옳은 일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이를 위한 행정적인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을 고쳐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는 것이 혁신이라 할 수 있는데 교사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혁신적인 교장과 능력 있는 부장교사가 나타나 학교를 바꾸어 주기만을 기다린다면 학교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갈등을 표면화 하고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는데 있어서 리더십을 발휘한 교사(사례[4], [9], [17], [25], [32])가 있는 학교의 경우 갈등이 해결되고 학교혁신을 이루었다. 즉, 갈등을 조직 발전의 동인으로 인식하는 교사들이 존재하는 학교에서는 Thomas(1976)의 타협, 협조의 범주에 속하는 갈등관리 형태를 볼 수 있었다. 이상철(2008)의 연구결과에서도 교사들의 갈등관리 유형에 따라 직무만족에 차이를 보였으며 문제해결을 위한 솔직한 대화,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태도, 최선의 해결책 탐색을 특징으로 하는 통합형의 갈등관리 전략이 학교조직의 바람직한 변화와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학교혁신은 획기적인 변화가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갈등 상황을 해결해야할 문제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교사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교장이나 승진 지향 교사들과 협력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전제를 가지고 합의 또는 타협이 될 때까지 대화를 시도하였으며, 이를 통해 상호 변화의 경험을 하였다. 또한 이들은 학교혁신을 위해서 중요한 일을 위해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안전사고에 대해서 공동책임 짐으로써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실질적인 수업개선을 위한 수업연구회, 효율적인 회의진행, 불필요한 업무의 과감한 폐지, 비공식적인 모임을 이용한 소통 등 적극적인 노력을 계속했다. 리더십을 발휘한 교사에 의해 구성원들은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의사소통과 갈등해결의 성공경험을 가질 수 있었고 이것은 학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우리의 학교 문화에서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아직은 자연스럽지 않고(박종철, 2013) 윗사람의 명령에 순종하는 문화에서 갈등을 드러내려는 교사가 불이익을 받는 사례를 보아왔기 때문에, 학교 조직에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타협과 협조의 태도보다 순응, 회피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갈등을 원동력으로 조직이 발전하고자 한다면 누군가는 그 갈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갈등을 드러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이상철, 2008; 배은주, 2014; 한유경 외, 2013; 류윤석,  2005; 정일환, 2003). 본 연구의 사례에서처럼 갈등의 상황에서 교장, 부장교사, 교사 등 누구든지 갈등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학교행정가에게는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본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결론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된 교사들의 갈등 경험에 관한 본 연구 결과, 교사들은 학교혁신 과정에서 학교 혁신의 개념과 필요성 인식 부족, 자신은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는 생각, 서로 다른 혁신의 목적, 비효율 적인 의사소통의 방법, 서류상으로만 하는 일, 개인주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갈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교사들의 이러한 갈등은 이해와 생각의 차이에서 발생하고, 순응과 회피로 갈등을 대처하는 교사들이 다수였으며, ‘학교혁신’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기술을 가진 교사가 갈등해소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했을 때 ‘학교혁신’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적으로 ‘학교혁신’의 촉진과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학교조직의 발전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교사들은 순응과 회피로 대처하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져야한다. 한편 교육청에서는 갈등 해결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교사들을 발굴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본 연구의 사례에서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한 교사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순응과 회피로 갈등을 대처하던 교사들도 갈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학교혁신’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교육청은 관리와 감독의 역할에만 충실한 것에서 벗어나 학교단위의 소통과 지역단위의 소통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둘째, 갈등을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할 때, 당사자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함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촉진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갈등해결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능력 등이 필요한데, 이런 능력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는 교사들은 고액의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관련 연수 프로그램(자격증 코스)에 참여한다. “쓸모없는 연수는 의무로 받아야 하고, 필요한 연수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없도록 교사 연수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가들은 교사들이 현재 필요를 느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사들이 겪고 있는 학교의 실제 갈등상황을 해결하고자 할 때, 당장 필요한 정보, 전문가, 예산 등을 투입해 준다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전문지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갈등해결의 성공경험을 가진 교사라면 새로운 갈등의 상황에서 순응과 회피보다 타협과 협력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잠재적인 갈등은 공식적으로 드러나기 힘들기 때문에(김종수, 2007), 소규모의 비공식적인 부서 간, 학년 간, 부장 간, 업무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하여 서로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자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승진, 육아 등 개인의 관심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동료들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만 한 방향을 보고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교사들이 비공식적 조직을 활성화하기, SNS등 가상공간에서 소통하기, 학교 외부의 전문적인 퍼실리테이터의 도움받기 등과 같은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할 때, 적절한 지원을 즉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학교혁신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보여 달라는 재촉 대신 학부모, 정책가 및 행정가들이 교사들과 대화를 통해 학교혁신의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져야 할 것이다. 정책이 학교에 들어올 때 교사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로 인해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김선영, 김가은, 2015; 김지선, 박소영, 2013; 한유경 외, 2013).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의 예를 들면, 학교혁신의 방향과 사례를 나눌 수 있는 지역단위의 정기적인 포럼을 열고 이것을 직무연수와 연계하여 운영한다면 더 많은 교사들에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고 개념 인식의 부족으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교육청의 역할이 학교를 평가하고 감독하는 것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참여와 소통을 촉진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야만 ‘학교혁신’이 촉진될 것이다.

이 연구는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는 갈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경기도 지역의 일부 학교의 사례를 종합하여 보았으며, 연구 결과를 이론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학교의 갈등사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갈등관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교사들의 사례연구도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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