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학습공동체의 힘-지금, 여기. 나를 일으켜 세우다.

현정은(장곡초등학교 교사, 경북 미미클럽)

교사는 외롭다. 정해진 수업 시간과 교실 공간 속에서 ‘혼자’ 수업을 하며,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 수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교실문은 자동적으로 닫히며, 교실에서 나오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문 채 수업 속의 ‘나’의 모습과 교사로서의 ‘나’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김정진, 2017.)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외롭게 보냈다. 수업 속의 ‘나’의 모습과 교사로서의 ‘나’의 경험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구는 꽤 오랫동안 깊은 마음속에 갇혀있었다. 그것은 학교 안의 교사협의회나 수업 협의회, 교사모임, 동아리 모임이나 학교 밖에서의 연수프로그램, 워크샵, 혼자 공부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한동안 나는 교사란 원래 외로운 존재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 새로운 모임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모임에 참여하기 위한 의사를 밝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첫 만남에서 우리는 우리 모임의 목표를 만드는 일을 제일 먼저 했다. ‘우리 모임에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각자의 생각이 담긴 작은 종이가 하얀 도화지 위에 붙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생각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하나로 모았다.

2018-09-09 오후 2.32.10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재미있고 의미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야!”

새로운 경험이었다. 교사로서의 ‘나’가 고개를 들었다. 교사로서의 ‘너’도 존재했다. ‘우리’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 대해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왠지 낯설었다. 수업과 아이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했다.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았다. 단정짓지도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수업과 아이에 대해 담긴 의미를 파악해보려고 애썼다. 그 부분이 설레었고, 즐거웠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교실로 이어졌다. 아이들과의 만남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넓게 보기 시작했다.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한 글자 쓰기가 겁이 나던 공문도 이제 잘 쓴다. 관리자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묘한 적개심도 사라졌다. 성전과 같아보이던 교과서에서 벗어났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인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게 된다. 도전을 시작했다. 도전 속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수업이 바뀌어갔다. 아직도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같은 수업들이지만 수업 속에서 찾은 의미들이 소중하다. 아이들에게 고맙다. 수업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내 주변에 배울 점이 많은,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그 느낌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고 이해해주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두 발로 일어설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그 따뜻한 토양에서 자라는 한 그루의 나무다.

나는 지금 경북 구미에서 ‘미미클럽’과 ‘배우고 가르치고’라는 연합형 교육학습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경북 구미 인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교사학습공동체는  책과 함께 살아가는 ‘책걸음’, 이해중심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백워드설계 실천 모임 ‘경북성장평가연구소’, 연극을 이용하여 아이듣의 표현활동을 기르고 행복한 교실에서의 삶을 꿈꾸는 ‘소나키워’, 미래교육에 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로꾸꺼연구소’,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교실 속 상담 “마실”, 협동학습을 토대로 인성교육 방법을 찾는 ‘연리지’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토론, PDC를 주제로 공부하는 모임이 있으며 각 학교별로 선생님들간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왜 교사들이 교사학습공동체를 찾아 참여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와 같은 이유일까? 그래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보았다. 2017년 11월 구미시 5개의 동아리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동아리 회지를 한 권 만들었다. 그 인터뷰 속에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사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어제 오랜만에 남한산초등학교이야기 동영상을 다시한번 봤습니다. 근데 세 번째 편에서 여자아이가 하는 말이 너무 와닿았어요. 자기가 초등학교때 배운 것 만으로도 내 인생을 값지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사실 약간 그 전까지 부정적인 면이 컸었어요. 교육에 이런 뭐되겠노. 수능중심에.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서 결국은 그렇게 될거 우린 뭐이리 하겠노 이런 부정적인 마음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이 내가 조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 내가 완전히 바꿀 순 없겠지만 내가 거친 아이들이 바뀌고 걔들이 이 다음을 바꾸겠다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좀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걸 들키는 걸 두려워하잖아요. 특히 우리가 더 고경력이 되가고 그러면 모르는 거 들키는 게 더 부끄러운데 저는 여기와서 발가벗겨진 기분이었어요. 정말 내가 모르는구나. 전문가가 아니구나. 그렇지만 상대적으로가 아니고 절대적으로 부족하구나. 니보다 니보다 부족한게 아니라 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구나. 그래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면은. 왜냐면 채워가는 거니까. 끝은 없지만.

스크린샷 2018-09-09 오후 2.32.27.png


지금부터 노력하면 채워질 수 있을 것 같고. 동지라는 말 참 안 쓰는데 저는 이말 되게 좋아합니다. 동지. 동무. 같이 가는 사람.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사람. 이 있다는 게 좋습니다.

-경북성장평가연구소 이승하 선생님.

여기가 참 재밌는 것 같아요. 학교도 굉장히 재밌는 학교인데, 조금 심하게 가벼운 것 같아요. 물론 재밌는 건 많은데, 여긴(배가) 인제 재미만 있는게 아니라 재밌으면서도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두 번째가 공유인데, 여기와서 공유를 하면서 뭐랄까요 다른 사람하고 여러 가지 받는 것도 있고 주는 것도 있지만 그걸 통해 뭔가 제가 변하는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서로 공유를 하면서 발전속도가 빨라진다고 할까요? 제가 다른 사람이 되는 속도가 엄청 빨라지고 있어요. 혼자서 공부할 때는 뭔가 하나가 조그마한 것 하나 변할 때도 책을 굉장히 긴 기간 읽고 막 6개월 지나고 조금씩 변한다 스스로 느끼고 그랬는데 요즘엔 1개월이 채 안 걸리고 변하고 있어요 제가 글 써보면 대번에 그 관점이 달라져있어요. 한달도 채 안지나서. 그전에 혼자서 공부할 때랑은 다르게 의미를 서로 책 읽은.. 제가 지금 이렇게 안 읽어도 이렇게 얘기하다보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재미도 있고 공유도 있고 성장도 빠른 이 세가지인 것 같아요.

-배우고 가르치고 정규진 선생님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월요일 모임 하면 진짜 힘들잖아요. 힘들어서 갈까말까했는데 오고나면 같이 놀이하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나면 집에 갈 때 가볍게 가는 것 같다. 두 번째 수업이야기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물론 동학년에서 많은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학교에서는 업무 바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든데 여기에서 동학년 모임을 통해 수업이야기를 나눠서 좋았구요. 그리고 사람들.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요. 즐겁고 유쾌하고 에너지가 얻어져요.

-소나키워 지정연 선생님.


  사람과의 만남에서 배움이 탄생한다. 탄생한 배움은 자기 자신을 두드리고, 그 두드림이 자기자신을 깨우친다. 이런 곳에서 성장을 경험한 교사들은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조건들을 교실에서도 구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시도를 지원해 줄 든든하고 폭신한 받침대가 있다는 것이다.

길현주(2014)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통해 교육적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교사로서, 총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구성원들이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는 어른이다. 아이와는 다르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수업 중에 아이와 감정적으로 싸움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가 완성된 존재이며,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존재인가?”라고 묻는다면 누구나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 개인의 경험이 존중되는 곳. 서로를 신뢰하는 곳이 필요하다. 그 곳에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표현하고, 타인과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곳이 교사학습공동체이다.

내가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미미클럽은 사실 뚜렷한 목표도, 멋진 성과도 없다. 특히 2018년에는 “하고싶은 것들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정말 소소한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다른 모임 워크샵에 참여도 하고, 새로운 교구로 우리끼리 연수도 하고, 나들이도 가고, 책도 같이 읽고, 수업을 나누며 심지어 양말인형도 만들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들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나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며, 정보를 전달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지금 당장 나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새로운 도전이 가능해진다.

지역 교사학습공동체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들의 작은 일상이 그들에겐 희망이고 꿈이다. 교사가 수업과 아이들에 대해 더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시간. 그것이 교사 개개인을 외롭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교사를 조금 더 자라게 만든다. 교사의 힘이 된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고백하건데, 교사는 외로움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그래도 괜찮다. 다만 힘들 때 주변을 조금만 더 둘러보자. 그리고 뭉치자.

참고문헌

김정진. (2017). 교사학습공동체 지속방안 연구. 예술인문사회융합멀티미디어논문지, 7, 295-306.

길현주. (2014). 수업 혁신을 통해 본 ‘문화’로서의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엮음. 혁신학교에 대한 교육학적 성찰, 183-204.

댓글 남기기